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사실 코로나 위기라고 하면 일단 동네 상점과 식당, 즉 소상공인의 매출이 많이 감소했겠거니 생각한다. 물론 코로나 위기 동안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문제로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한 수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록다운 조치를 취하면서 조그만 부품의 부족으로 거대한 생산시설이 멈춘 곳이 많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무역에서 지정학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도는 밀수출을 금지하고,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 원자재 공급중단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부족은 그동안 세계화 추세에서 잠재되었던 ‘글로벌 공급망 문제’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기업들은 세계화 추세에 힘입어 소재, 부품, 장비 등을 제공하는 공급망의 국제화와 함께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제품생산을 비용효율성이라는 핑계(?)로 해외 아웃소싱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구축된 경제시스템은 얼마나 취약한가! 현대 자본주의의 세계화 과정에서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리트머스 용지처럼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에 약한 고리가 있는지 보여준다.
이제 지금까지 힘차게 추진해온 세계화 전략에서 탈세계화로 방향 전환을 모색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부는 중요 부품이나 제품을 자국 시장에서 생산하도록 규제하고, 이들 기업이 필요한 연구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기업도 그동안 세계화를 통해 해외의 저렴한 부품에 의존해 왔으나, 이제는 조금 비싸더라도 공급 차질의 리스크 없이 자국에서 용이하게 조달하려 할 것이다.
한편으로 국제무역에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무역이론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비교우위에 따른 자유로운 국제무역과 세계화를 통해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론에 대한 믿음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오랫동안 세계 무역정책의 근간을 형성하였다. 또한 경제학 이론은 다수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가 참여하는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므로 상품의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급자와 구매자는 없다. 하지만 국제무역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세계화의 추세가 강화되면서 많은 시장에서 독점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디지털 플랫폼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독점에 관한 논의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디지털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유럽이 미국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 세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과연 기업 간 건전한 경쟁 없이 유럽 우선주의에 입각한 세금만으로 디지털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바로 여기에 전략적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급속히 변화하는 국제질서와 국제무역에서 자국 우선주의라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산업정책은 코로나 위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국제 공급망 문제에 대한 일시적 해결책 즉 임시처방이 아니다. 탈세계화에 대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산업정책은 우선 시장과 기업의 혁신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혁신이 고용을 창출하고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산업정책은 혁신 친화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에 일방적이거나 절대적인 기득권을 보장한다면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산업정책은 무엇보다도 기업 간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기업이 혁신을 통해 성장하더라도 건전한 경쟁 없이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존속할 수 없다. 기업에 불편한 경쟁이 필요한 이유이다.
끝으로 산업정책은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를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물론 산업생산에서 전략적 물자를 혁신적 공공조달체계를 통해 조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인공태양과 같은 대규모 위험투자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요 기업의 해외 인수에 대한 개입, 외국기업의 주요 국내기업 인수 시에도 정부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