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세네갈 대통령과 회담...“아프리카 곡물 수출 완화 의지 밝혀”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한 레지던스에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소치/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위기 직격탄을 맞은 아프리카에 곡물 수출 완화를 언급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를 방문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아프리카 식량 위기 등에 논의했다. 살 대통령은 현재 아프리카 연합(AU) 의장을 맡고 있다.

살 대통령은 회담 후 트위터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봉쇄 상황을 완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전제 조건 여부 등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에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식량 공급 완화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서 3시간에 걸친 회담 직후 살 대통령은 취재진에 "푸틴 대통령이 위기와 제재가 아프리카 경제와 같은 취약한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의 의견 교환에 대해 아주 행복하고 안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속한) 흑해의 오데사항이나 러시아가 통제 중인 아조우해의 마리우폴항을 통해 (곡물)수출을 활성화하는 몇몇 방안들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다만 오데사항 경유 곡물 운송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기뢰를 제거해야 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회담 시작 전 살 대통령은 푸틴을 향해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경제적 차원에서 갈등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인식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푸틴은 회담 전 연설에서 곡물 공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항상 아프리카 편이며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글로벌 식량 위기의 책임이 서방 국가에 돌렸다. 그는 "영국과 미국이 우리 비료 등에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세계 식량 위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 대통령도 "서방 제재로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면서 "이는 이미 결핍 상태인 아프리카의 농업에 결정타가 됐으며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네갈은 곡물과 비료 수출은 대러 제재에서 제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아프리카는 밀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