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월세 올려 세부담 전가
전세대출 금리 상승에 수요도 늘어
전문가 "전세의 월세화, 장기화 우려
정책 보완으로 세입자 부담 줄여야"
세입자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지표는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전셋집 마련을 위한 전세대출도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의 월세화’가 앞으로 장기간 지속하고 금리 상승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8일 보증금 3억5000만 원, 월세 200만 원에 월세 계약서를 썼다. 이 단지 같은 평형 월세 실거래가는 4월 28일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00만 원이었다. 열흘 만에 보증금 50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고가 아파트 역시 월세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형은 지난달 17일 보증금 4억5000만 원, 월세 450만 원에 계약했다. 이 평형은 두 달 전인 3월 5일 실거래가가 보증금 4억5000만 원에 월세 321만 원이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월세 거래도 많이 이뤄져 남은 매물은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500만 원 이상 물건만 있는 정도”라며 “전세 재계약 때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많아 전세와 월세 거래가 반반 정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서울 아파트 월세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5월 ‘KB아파트 월세지수’(전용 95㎡ 이하)는 102.3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월세를 100으로 설정했을 때 월세가 얼마 상승했는지 비교한 지표다. 이 지수는 2015년 이후 2020년 상반기까지 100선 아래에 머물렀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이후 매달 상승했다.
이는 월세 수요와 공급이 모두 늘어난 결과다. 집주인은 종합부동산세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이 늘어나자 월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피하고자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월세 과열을 부추긴다.
이날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월세 전체(월세·준월세·준전세) 거래량은 6304건으로, 지난해 4월 6009건보다 약 4.9%(295건) 늘었다. 지난 1분기 월세 거래량은 총 2만1189건으로 2011년 이후 처음 월세 거래량 2만 건을 돌파했다.
기준금리도 계속 올라 전세대출 이자 부담도 늘어 월세 선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세대출을 받아 고금리를 부담하느니 월세를 내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고 판단하는 세입자가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4.05%로 2014년 3월 기록한 4.09% 이후 8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월세 시대’가 시작된 만큼 관련 정책 보완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안 올리면 종부세 합산 배제 등 혜택을 제공하는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시키거나 상생 임대인 제도를 보완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