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업단에 공사재개 협의체 제안
크레인 해체는 7월 초로 일단 연기
조합은 "손해배상 청구" 맞불 작전
해임 결정돼도 새 지도부 구성 등
연말께나 재개 일정조율 가능할 듯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현 조합 반대파인 정상화 추진 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장 해임 추진에 나섰다.
만약 조합장이 해임되면 새 지도부 구성과 공사재개 일정 조율은 연말께나 가능한 만큼 사태 장기화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시공사업단이 타워크레인 해체 시기를 다음 달 초로 미루면서 협상 여지를 남긴 만큼 막판 갈등 수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화위)는 전날 저녁 조합 집행부 해임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합 집행부 해임을 위해선 전체 조합원의 10분의 1이 해임 발의를 통해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과반 참석과 과반수 찬성 조건을 만족하면 된다.
정상화위는 입장문에서 “서울시 중재 등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 협의 사항을 지켜보며 (현 조합을) 존중했지만, 현 집행부로는 공사재개를 위한 협의 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조합 집행부 전원에 대한 교체를 공식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상화위는 새 집행부 선출 전 시공사업단에 공사재개를 요청하고, 현 집행부 전원 해임과 함께 시공사업단과 갈등 중인 ‘전 세대 마감재 일괄 교체 및 단지 특화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새 집행부 선출 전까지 협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상화위와 시공사업단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조합 내 움직임에 시공사업단도 타워크레인 해체를 한 달 미루기로 했다. 시공사업단은 이날 “애초 파트너사의 계약 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이달 중 타워크레인 해체를 위해 지난달부터 준비 중이었다”면서도 “서울시에서 사업 정상화를 위한 중재를 진행 중이고, 강동구청과 조합의 정상화를 바라는 조합원의 요청으로 시공사업단은 크레인 해체 연기를 검토해 다음 달 초까지 크레인 해체의 논의를 연기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시공사업단은 4월 15일부터 현 조합과 갈등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공사 핵심 장비인 타워크레인도 해체를 시작하는 등 강수를 뒀다. 사업장에는 총 57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으며 해체 후 재설치까지 최대 반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 조합장의 해임이 가능할지 여부다. 둔촌주공 조합은 서울시 '정비사업몽땅' 기준으로 조합원만 6068명에 달한다. 해임안 발의는 조합원 10%의 동의만 얻으면 되지만, 실제 해임은 과반 참석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최소 조건 기준으로는 1518명(6068명 기준) 이상이 현 조합장 해임에 찬성해야 하는 셈이다.
아울러 현 조합의 반발도 넘어야 한다. 이날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 조합 내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은 조합장 해임 발의서 제출 인원에 대한 현금청산과 조합원 제명을 추진하고, 사업진행 방해 관련 손해배상 청구 등을 시행하겠다고 공지하는 등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 사업시공단 관계자는 “조합장 해임은 어려운 일이지만 사업이 더는 지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만 형성되면 해임안 가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해임 총회는 빨라도 8월에나 가능할 것이고, 이후 새 집행부와 공사재개 일정과 세부 협의 사항을 조율하면 분양 일정 조율은 해를 넘기는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조합원 피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옛 둔촌주공아파트를 1만2032가구, 85개 동 규모 신축 단지로 건설하는 서울 내 최대 규모 정비사업이다. 일반 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며 현재 공정률은 5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