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ㆍ루나 사태의 대안으로 가상자산 상장ㆍ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 통일 기준을 담은 '자율규약안'이 꼽혔지만, 통일된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상장 및 상장폐지 기준은 업계 주요 기밀사항인 만큼 공개가 쉽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일된 기준이 나오면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두나무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13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 당정 간담회를 개최한다. 지난달 23~24일 양일에 거쳐 진행했던 테라ㆍ루나 대안 간담회의 후속 조치다. 앞서 23일에는 민간 전문가가, 24일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수사당국 등이 참석해 현황과 대안을 제시했다. 24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 또한 국회를 찾아 테라ㆍ루나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이틀에 걸친 간담회 끝에 당정과 업계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시행령 개정'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장 13개에 달하는 가상자산 업권법이 국회를 표류하고 있고, 글로벌 정합성을 따져 정부 안을 만들기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대안이 요구된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특금법 시행령 개정이 어렵다는 판단이 선 이후 여당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율규제를 주문했다. 이에 지난 3일 이석우 두나무 대표와 이재원 빗썸 대표가 국회를 찾아 자율규제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13일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은 코인 상장 심사 기준을 통일한 '위험성 심사 모범규준'과 상장 폐지 기준을 담은 '컨틴전시 플랜'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5대 거래소가 '시장감시협의체(가칭)'를 구성해 급등락 코인을 모니터링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상장ㆍ상장폐지 기준을 통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같은 핸드폰을, 같은 가격으로, 같은 날 출시하는 게 가능하겠나"라며 "상장과 상장폐지를 통일된 기준에 따라 한다고 하는데 개별종목의 경우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조항을 조정하려면 1년 이상 걸리는, 급조해서 만들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상장ㆍ상장폐지 기준을 통일할 경우 점유율이 가장 높은 거래소로 거래량이 쏠릴 것이라 우려하기도 했다. 거래소별 차별성이 사라지는 만큼, 국내 시장의 80% 안팎의 거래량을 소화하는 업비트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더불어 5대 거래소가 협의체를 구성해도 강제성과 권고성이 없어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 또한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나무가 주도적으로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별로 다른 상장 기준을 당장 통일하기는 어렵지만, 유의종목 지정이나 테라ㆍ루나 사태처럼 상장폐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시기 등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13일 보고할 초안은 지난 2017년 발표한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자율규제안을 참고할 예정이다. 당시 협회 준비위원회는 △강력한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 장치 마련 △신규 코인 상장 프로세스 강화 및 투명성 제고 △본인계좌 확인 강화 및 1인 1계좌 입출금 관리 △오프라인 민원센터 운영 의무화 △거래소 회원 요건 강화 △불공정 거래의 규제를 통한 임직원 윤리 강화 △독립적인 자율규제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두나무 고위 관계자는 "당시 발표한 협회의 자율규제안을 참고해 준비 중"이라 전했다.
한편 13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개최할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 당정 간담회에서는 성일종 의장을 비롯해 윤재옥 정무위원장, 윤한홍 정무위 간사, 윤창현 가상자산특위 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더불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김용태 금융감독원 디지털혁신국장, 가상자산거래소 대표 5인 또한 참석할 예정이다.
관련해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율규제안에 더불어 고객예치금을 운용해 이자 수익을 올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