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수지, 24개월 만에 적자 전환…한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작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4월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서 25년 만의 '쌍둥이 적자' 우려까지 나온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24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들었고, 4월 외국인 배당 지급 확대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를 낸 영향이다. 통상 4월은 12월 결산법인의 해외 배당 기간이어서 적자 압력을 받는다.
경상수지 적자는 배당요인 등으로 인해 일시적일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문제다. 4월 상품수지 흑자는 1년 전보다 20억 달러 적은 29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11.2%)보다 수입(16.5%)의 증가폭이 커서다. 상품수지에 연동되는 무역수지도 4월(-25억1000만 달러)과 5월(-17억1000만 달러)에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재정수지까지 4년째 적자가 예상돼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반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적자로 돌아섰고, 코로나 사태 이후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이 계속돼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 하면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이후 25년 만이다. 쌍둥이 적자는 대내외 경제 균형이 무너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대외 지급 능력이 줄어들고, 재정수지 적자로 대내외 경기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해서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발표한 'OECD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전망치(3.0%)보다 0.3%포인트(P) 낮은 2.7%로 하향 조정했다. OECD의 전망치는 4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2.5%보다는 0.2%P 높고, 한국은행 전망치와 같다.
OECD는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4.8%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한국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본 것이다. 앞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4% 상승해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성장세가 한풀 꺾인 데다 고물가 상황도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7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했다. WB는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9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상황으로 봤을 때 기본 시나리오상 스태그플레이션의 확률은 낮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가 여전히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