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은 10년 전의 절반 수준
지나친 고가 판매 집중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위스시계산업연맹(FSWI)을 인용해 지난해 스위스 시계 수익이 212억 스위스프랑(약 27조 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3분의 1 증가한 것으로, 올해 역시 첫 4개월간 매출이 1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FSWI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진정되면서 고급 시계의 수요 회복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품 시계의 매출 증가 이면엔 판매 변화가 숨어있다고 WSJ는 짚었다. 해마다 판매량은 줄지만, 고가 시계 판매에 집중해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고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스위스에선 1570만 개의 명품 시계가 판매됐는데, 이는 10년 전의 절반에 그친다.
브라이틀링SA의 조지 컨 최고경영자(CEO)는 “고가의 시계는 장비라기보단 수집하는 보석에 가깝다”며 “낮은 기능성은 핸디캡이 아닌 매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수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거기엔 (소비자의) 감정이 담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판매량이 줄어들수록 업계가 지나치게 특정 고객을 위한 생산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리스SA의 롤프 스튜더 CEO는 “과도한 가격 인상은 스위스 시계를 너무 엘리트주의로 만들 위험이 있다”며 “만약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만 명에게만 판매하려 한다면 우리가 존재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호가들은 가격과 무관하게 매력적인 브랜드를 여러 개 구매하는 추세에 있고 이는 저렴한 브랜드를 돕고 있다”며 “이에 회사는 지난해 줄어든 저렴한 시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