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1위 '하늘보리'ㆍ컵커피 선두 '바리스타룰스'도 무라벨 상품 내놔
무라벨 생수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RTD(Ready To Drink) 커피와 보리차 등의 음료도 무라벨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친환경 경영 및 가치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기업 관심이 높아진 점이 맞아떨어지면서다. 특히 무라벨 음료로 만들면 브랜드를 부각시키기 어려워져 후발주자의 공세가 거셀 것이라는 애초 우려과 달리 업계 선두 업체들도 무라벨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무라벨 생수 전쟁에서 업계 1위 삼다수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진 이유가 크다.
15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무라벨 생수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라벨을 뗀 제품군이 식음료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매일유업도 이달초 대용량 커피 브랜드 ‘바리스타룰스 그란데’의 무라벨 제품을 내놨다. 바리스타룰스는 동서식품의 ‘스타벅스’와 함께 컵커피 시장 1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이번엔 출시한 제품은 475㎖ 페트병이다. 이 제품은 현재 네이버 매일유업 브랜드스토어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다.
앞서 지난해에는 RTD 전체 1위 업체인 롯데칠성음료가 고급 커피 브랜드 칸타타 캔의 무라벨 제품을 내놨다. 일동후디스도 이달 초 무라벨 ‘앤업카페 맥스’를 출시했다.
서울우유도 떠먹는 요거트 ‘요하임’ 무라벨 제품을 이달 초 내놨고, 남양유업도 액상 발효유 ‘한번에 1000억 프로바이오틱(이하 천억프로)’ 무라벨 제품을 선보였다.
식음료 선두업체들이 너도나도 무라벨 제품을 출시하는 배경에는 삼다수의 선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경영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지만, 점유율 상위 업체가 무라벨 제품을 선뜻 도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브랜드력이 높은 만큼 제품명을 부각시켜야 하는대 제품 음각 등만으로 제품명을 강조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페트 병 등 음각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이 높다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 무라벨 전쟁이 가장 치열한 생수 시장에서도 상위 브랜드 중에서는 롯데칠성음료만 2020년 ‘아이시스 에코’를 도입했을 뿐, 주로 CU(씨유)와 GS25 등 편의점과 롯데마트 등 주로 유통 채널들이 PB(자체상표) 상품으로만 뛰어들었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와 2위권 업체인 농심 백산수는 ‘비닐·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가 단독주택으로 확대되기 6~7개월 전에야 제품을 내놨다.
무라벨 생수는 예상 이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올 1분기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매출만 41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357억 원)보다 16% 늘었는데, 이 가운데 무라벨 생수 매출은 110억 원으로 1년 새 65억 원(비율로는 27%) 늘었다. 업계 1위 삼다수도 전체 판매량의 30%가 무라벨 제품이며, 농심 백산수 매출 중 무라벨 비중도 25%에 달했다.
눈에 띄는 점은 무라벨 생수 경쟁에서 1위 업체 점유율이 되레 높아졌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40.7%에서 지난해 42.5%로 1.8%포인트(P) 뛰었다. 같은 기간 PB 생수는 18%에서 18.2%로 0.2%p(포인트) 늘어난 데 그쳤다. 쓴 맛을 본건 2위 그룹이 었다. 롯데 아이시스 점유율은 14.2%에서 12.4%로 1.8%p, 농심 백산수는 8.7%에서 7.7%로 떨어졌다. 코카콜라의 평창수도 4.2%에서 4%로 주춤했다.
삼다수 관계자는 “무라벨 생수를 처음 출시할 당시 내부에서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무라벨 생수가 범람하며 선호하는 생수 브랜드의 무라벨 제품을 체크하고 구입하는 '체크 슈머' 트렌드가 나타났다”면서 “경쟁사들이 뚜껑색으로 브랜드 차별화에 나섰지만, 흰색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는 삼다수를 찾는 고객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