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40여 년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했다는 소식에 나스닥과 함께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일주일 새 10% 가까이 빠졌고, 이더리움은 20%가량 떨어졌다.
13일 가상자산(암호화폐) 통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4.87% 내려 2만7003.51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4.83% 떨어진 1457.96달러, 바이낸스코인은 4.76% 하락한 257.95달러를 기록했다.
이 밖에 카르다노(에이다) -8.85%, 리플(XRP) -3.53%, 솔라나 -7.73%, 도지코인 -6.77%, 폴카닷 -5.69%, 트론 +1.17% 등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상위 코인 중 트론이 유일하게 상승했는데 일주일간 낙폭도 5.81%로 가장 낮았다.
이날 가상시장의 부진은 나스닥과 동조화되면서 나타났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80.00포인트(2.73%) 떨어진 3만1392.7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6.96포인트(2.91%) 급락한 3900.86에, 나스닥 지수는 414.20포인트(3.52%) 급락한 1만1340.02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물가 급등으로 연준이 내주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까지 밟을 수 있다는 예상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연준은 1994년 이후 한 번도 이처럼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한 적이 없다.
바클레이스는 “물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거의 없기 때문에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네타 마르코스카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도 “5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Fed가 전면적인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도록 만들 ‘게임 체인저’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6월에 금리를 75bp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증시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 동향에 가장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날 2.815%에서 하루 만에 3% 선을 돌파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코인 시장 전반이 급락하자 회의론자들의 폭락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유투데이에 따르면 비트코인 회의론자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주말 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은 2만 달러, 이더리움(ETH) 가격은 1000 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해당 가격선까지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한다면 글로벌 시가총액은 고점 기준 약 3조 달러에서 8000억 달러 아래로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저점매수를 지양해야 한다. 더 큰 돈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향후 약세장이 3분기까지 이어진 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는 텍사스에서 진행된 컨퍼런스 2022에 참석해 “비트코인이 미국 주식보다 먼저 바닥을 칠 것”이라며 “내 기대는 4분기에 다음 가상자산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때 비트코인은 주식을 벗어나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가상자산이 주식과 분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너티브의 자체 추산 ‘공포·탐욕 지수’가 전날보다 3포인트 내린 11을 기록해 ‘극단적 공포’가 계속됐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시장의 극단적 공포를 나타내며,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공포 탐욕 지수는 변동성(25%), 거래량(25%), SNS 언급량(15%), 설문조사(15%), 비트코인 시총 비중(10%), 구글 검색량(10%) 등을 기준으로 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