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0.04%, 서초구 0.02%↑
매물 석달 만에 16% 이상 줄어
"부르는 게 값" 신고가 거래 속출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하락을 멈추고 보합(0.0%) 전환됐고, 매물은 석 달새 16% 이상 줄었다.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데다 전세대출금리마저 치솟아 전세 거래는 끊기다시피 했다. 그나마 남은 전셋집은 전세 보증금이 많이 올라 서울 핵심지역은 물론, 외곽지역에서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1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매물이 귀한데다 임대차법 영향으로 신규 전세 보증금이 치솟으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종로구 창신동 ‘창신쌍용1단지’는 9일 전용면적 79㎡형이 5억6000만 원 신고가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의 지난해까지 최고 전세 보증금은 5억1000만 원이었지만, 반년 만에 5000만 원 더 올랐다. 이 아파트는 585가구 규모지만 전세물건 등록 건수는 전 평형에서 8건에 그친다.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힐스테이트’ 전용 137㎡형은 10일 12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평형의 종전 전세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10억7000만 원으로 7개월 만에 1억8000만 원 상승했다. 이 단지는 총 776가구 규모지만 이날 기준 전세물건은 모든 평형을 통틀어 단 두 건뿐이다.
이렇듯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신고가 행진은 고스란히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주 만에 하락을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은 서울 전역에서 확인됐다. 강남지역에선 강남구 전셋값이 개포동과 대치동 위주로 오르며 지난주에 이어 0.04% 상승했고, 서초구는 지난주 0.01%에서 금주 0.02%로 상승 폭이 커졌다. 송파구 역시 00.1% 올랐다. 강북지역 역시 성동구와 중랑구, 도봉구 등이 0.01%씩 뛰었다.
영등포구 H공인 관계자는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도 전세물건은 20개 남짓 나오는 경우가 수두룩 하다”며 “집주인들이 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나면 새로 계약서를 쓰려고 매물을 거둬들인 뒤 눈치 게임만 하고 있고, 그나마 나오는 전세 매물은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기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 건수는 총 2만6209건으로, 3월 13일 기준 3만1410건보다 16.6% 감소했다. 이 기간 서울의 아파트 전세물건 감소율은 전국 1위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불안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8월 이후 새로 계약서를 쓰는 전셋집은 보증금 수준이 크게 오를 것이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금리까지 연말까지 계속 올라 전셋집 마련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연속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로 지난 2013년 3월(3.97%)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8월 신규 전세계약 때 전셋값이 오르면 대출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나아가 전세 불안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내 전셋값 상승으로 세입자들이 경기도나 인천 등 수도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 오르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경기지역 전셋값은 상승 조짐을 보인다. 부동산원 기준 지난주 경기지역 전셋값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보합 전환됐다. 특히 가격이 저렴하면서 서울 접근성이 준수한 이천시(0.22%)와 파주시(0.11%), 여주시(0.07%) 내 중저가 단지의 상승세가 도드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