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예정일 전날인 14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누리호를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송해 세우는 ‘기립’ 작업이 예정돼 있습니다. 만약 이때 비가 많이 내리면 발사일이 연기될 수도 있습니다. 발사체 자체는 방수가 철저히 돼 있지만, 발사체를 이송하거나 작업을 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일 발표된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군에는 14일 오후 비가 예보됐습니다. 다만 예상 강수량이 5mm 내외로, 누리호 이송과 기립 작업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발사 당일의 날씨인데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발사 예정일의 기상 변수로 △발사가 지상에서 가능한지 따지는 ‘지상풍 조건’ △발사체가 올라가며 바람에 의한 하중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고층풍 조건’ △비행에 영향을 주는 ‘낙뢰’를 꼽습니다.
지상풍의 경우 누리호의 이송과 설치, 발사 시 평균풍속이 초속 15m,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21m 이하여야 합니다. 다행히 발사 당일에는 비교적 날씨가 맑겠고, 발사장 인근 20㎞ 이내에 낙뢰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바람 역시 지상풍과 고층풍 모두 발사 기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누리호의 발사 시각은 우주물체(유인 우주선) 충돌 가능성과 태양흑점 폭발 등 우주환경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잠정적으로 예정된 발사 시각은 15일 오후 4시입니다. 발사관리위원회는 발사 1주 전, 24시간 전, 8시간 전에 우주환경 조건을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최종 발사 시각을 정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실제 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인 위성모사체만 넣어 발사했습니다. 목표는 1단과 2단을 분리한 후 3단 엔진이 목표 고도인 700㎞에 도달하고, 여기서 위성모사체를 분리해 궤도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차 발사 당시에는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리지 못하고 결국 추락했는데요. 1단과 2단 분리까지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3단 엔진이 조기에 연소가 종료됐기 때문입니다. 목표 고도였던 700㎞에는 도달하는 건 성공했지만 추진력을 받지 못해 초속 7.5㎞의 속도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죠.
항우연은 산화제탱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누리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데요, 액체 연료에는 불을 붙게 하는 산화제가 필요합니다. 산화제탱크 안에는 탱크 내부의 압력을 조절하는 고압헬륨탱크가 들어있습니다. 당시 이 헬륨탱크를 붙잡아 두는 지지대가 풀리면서 산화제탱크에 균열을 일으켰고, 산화제가 새면서 연료 공급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3단 로켓이 목표 시간이었던 521초 동안 연소해야 하는데, 산화제 부족으로 475초밖에 연소하지 못한 것입니다. 단 46초가 모자랐던 아쉬운 실패였습니다.
항우연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1차 발사 당시 문제가 됐던 3단 산화제탱크의 이탈 문제를 개선했습니다. 산화제탱크를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고, 탱크의 뚜껑 격인 맨홀덮개도 개선했습니다. 이로 인해 무게가 9㎏ 늘었지만 항우연은 발사체 설계 마진에 포함돼 있어 발사 성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누리호는 국내 기술로 만든 첫 발사체입니다. 발사대 건설부터 시스템 설계, 엔진 생산 및 조립 등 전 과정이 자체 기술로 이뤄졌습니다. 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어 다른 나라에서는 기술을 공유해주지 않습니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독자적 우주발사체 개발 능력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됩니다. 다른 국가에 의존할 필요 없이 우리 위성을 우리가 원할 때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위성뿐 아니라 달 탐사선과 같은 우주선도 우리 스스로 발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입니다. 대망의 15일,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