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첫 전세비중 앞질러
경기‧인천도 '역전'…서울은 넉달쨰
서울‧경기‧인천지역 월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역전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대출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면서, 세입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13일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수도권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23만7522건 중 13만4647건이 월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 비중이 56.6%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월세가 전세보다 많았다. 특히 5월에는 경기와 인천에서도 월세가 전세를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은 2월부터 넉 달째 월세가 전세를 넘어서고 있다.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월 46.1% △2월 48.9% △3월 48.9% △4월 49.4%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대출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75%로 0.25%p 올렸다. 10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도 월세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A공인 관계자는 “확실히 최근 월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를 내면서 전세를 사는 것과 매달 임대료를 내고 월세를 사는 게 큰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B공인 관계자는 “이자가 오르고 전세대출 과정은 까다롭다 보니, 복잡하지 않은 월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집주인들도 월세를 선호해 전세물건 자체가 줄고 있다”고 했다.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매달 현금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보유세 등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및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세금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전세의 월세화’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다만, 월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임대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 서민들은 주거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취약계층 주거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들은 주택가격과 함께 급등한 전셋값을 부담하기 어려워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집주인들은 월세를 통해 세입자에게 조세를 전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월세 증가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주택공급 확대가 답이다. 물량을 늘려 집값을 잡거나, 세금을 완화해서 조세전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