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누리호 2차 발사, 우주개척 27년의 도전

입력 2022-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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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대한민국 우주 진출의 첫 도전은 1995년 8월 5일 발사된 무궁화 1호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통신위성이다. 한국통신(지금의 KT)이 발사 주체였지만 이름만 우리 것이었을 뿐, 위성체는 미국 록히드 마틴이 만들었고 발사체는 맥도널 더글러스의 델타Ⅱ 로켓이었다. 기자는 그때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캐너배럴 우주센터에서 발사 장면을 취재하고 있었다.

로켓은 엄청난 화염과 거대한 폭발음을 내뿜으면서 지면을 박차고 올라 잠시 시야에 머문 뒤 하늘 높이 사라졌다. 의심할 바 없는 성공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탑재된 위성이 예정된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엔진에 달린 보조로켓 9개 가운데 하나가 떨어지지 않은 바람에 추진력이 모자랐던 탓이었다.

보조로켓 분리를 위한 점화퓨즈 이상이라는 조사결과의 원인은 어처구니없었다. 델타Ⅱ는 수없이 성능이 검증된 로켓이었음에도 발사대에 세워진 후 몰아쳤던 허리케인이 문제였다. 로켓 연결부의 틈새에 스며든 빗물이 녹을 만들어 고장을 일으켰다는 추정이었다. 그나마 무궁화위성에는 자체 추진체가 달려 있어 다시 궤도를 끌어올렸지만, 이때의 연료 소모로 10년의 위성수명이 4년 남짓으로 줄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96년 1월 같은 곳에서 무궁화 2호가 발사됐다. 행여 부정 탈까 싶어, 발사대 앞에 돼지머리를 대신한 통돼지 바비큐를 놓고 고사(告祀)까지 지냈다. 정성에 감복했는지 무궁화 2호는 아무 탈 없이 올라갔다.

14년이 지난 2009년 8월 25일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진했다. 핵심 추진체인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들여왔고, 2단 로켓과 위성체는 우리 손으로 제작했다. 발사대도 우리 땅에 세워졌다. 그러나 허망하게 나로호는 예정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위성 덮개가 분리되지 않은 예상 밖의 사고였다. 2010년의 2차 발사도 실패한 나로호는 2013년 세 번째 도전에서 비로소 성공했다.

선진국의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없었던 우주발사체 독자개발은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그 결실이 작년 10월 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였다. 누리호는 10여 년 동안 2조 원의 돈을 들여 설계부터 제작, 시험, 인증 등 모든 개발과정을 자체 기술과 국내 기업이 수행하고 완성한 첫 발사체였다. 중량 200 톤(t)의 3단 로켓으로, 1.5t급 위성을 600∼800㎞ 궤도에 올린다. 1단 로켓은 75t급 추력의 액체엔진 4기를 묶었고, 2단과 3단은 각각 75t과 7t급 액체엔진 1기씩으로 구성됐다. 한국이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자력으로 중대형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7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누리호도 미완(未完)에 그친 사실상의 실패로 돌아갔다. 목표고도인 700㎞에는 도달했지만, 3단 로켓이 예정보다 빨리 꺼져 속도가 떨어지면서 싣고 있던 위성모사체(더미)를 정상궤도에 투입하지 못했다. 연료탱크의 부력에 대한 초보적인 계산 착오가 낳은 설계오류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 실패를 딛고 15일 다시 누리호 2차 발사가 이뤄진다. 모든 준비와 마지막 점검은 끝났고, 이제 로켓을 발사대에 세워 연료를 주입한 뒤의 카운트다운만 남았다. 이번에는 1차 때와 달리 실제 인공위성이 실린다. 과학자들은 두 번의 실패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 우주프로젝트는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연구진들은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를 수없이 검토하고 대비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전해 보여도 천려일실(千慮一失)의 극히 사소한 오류가 결정적인 실패를 가져온다. 계획한 대로, 계산에서 털끝만큼의 오차도 없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막대한 돈과 오랜 시간의 노력이 일순간에 허공으로 날아간다. 선진국들도 많이 겪었던 실패다. 지금 우주강국들의 첫 발사체 성공률도 30%에 그친다.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의 산물이 과학기술이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자 소중한 자산으로 더 많이 배우고 발전하는 기회다.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과학이고, 과학을 응용해 돈을 버는 것이 기술이다. 우주개발은 대표적인 거대과학(big science)이자, 축적된 모든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역량의 정수(精髓)가 결합된 분야다. 막대한 규모의 시장도 열리고 있다.

누리호는 우리가 우주시대를 개척하는 강국으로 도약하고, 미래의 가장 앞선 산업과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완성하고 쏘아 올리는 로켓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거듭 발사하는 상황에 나라안보 차원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우여곡절의 27년을 기다린 누리호 2차 발사의 완전한 성공이 정말 간절하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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