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연준이 6월 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장 여론은 13일을 기점으로 급변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에 이어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역대급 최고치를 기록하면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6.6%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4월 6.3%에서 0.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 2013년 6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고치였던 3월 수치와 같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5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해 41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CPI와 기대 인플레이션, 두 지표는 연준의 불안을 자극함과 동시에 과격한 긴축 행보에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3월 0.25%포인트, 5월 0.5%포인트 인상하면서 6월과 7월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상이 가능함을 시사해왔다. 그러면서 경제지표를 보고 대응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연준은 ‘민첩(nimble)’이라는 표현을 통해 상황에 따라 긴축 브레이크를 세게 밟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미국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민첩한 대응을 공언해온 만큼 이번 회의에서 빅스텝 대신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시장을 놀래키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상승은 파월에 명분을 제공한다”며 “최근 경제지표는 연준의 0.75%포인트 인상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인플레이션은 정점이 아니고 완만하지도 않다”며 “6월 물가가 더 충격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연준이 물가 파이터로서의 신뢰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도 급격한 금리인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1970년대 실수를 피하기 위해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인플레이션과 임금인상 기대감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물가가 더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자칫 시장 심리가 인플레이션 공포를 부추겨 물가가 더 뛰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연준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들도 “연준이 신뢰를 회복해 인플레이션 압력에 앞설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파월의 행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연준 급브레이크에 힘을 싣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칼럼에서 미국 경제가 과도기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연준의 우선적 책임은 물가 관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통령들은 연준의 결정에 부적절한 영향을 행사했지만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의 무게추는 확실히 기울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현재 연준이 이번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93.0%로, 전 거래일인 6월 10일 기준 23.2%의 약 4배로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