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中企 선적취소로 존폐 위기”…화주협의회, 화물연대에 현업복귀 촉구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우리 산업 각 분야로 공급돼야 할 주요 소재들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산업계에선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날이 갈수록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를 요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이 포함된 업종별 화주협의회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산업별 피해에 대해 발표했다.
화주협의회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8일째를 맞으면서 전국 주요 항만과 국가 주요 생산시설들이 일주일 넘게 마비됐다”며 “전국의 사업장에서 수출 물품의 선적이 취소되고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시멘트업계는 출하되지 못하는 시멘트로 손실액이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시멘트 업계의 어제자 출하량은 2만t대로 평시 출하량의 13%를 출하하는 데 그쳤다”며 “추가 차질은 15만6천t으로 약 145억 원의 손실이 하루 만에 발생하면서 파업이 시작 이후 누적 손실액이 912억 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시멘트 업체들의 재고 수용 능력에 한계에 달해 파업이 중단되지 않으면 이번 주 말 킬른(소성로) 등 주요 생산 설비 가동이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의 경우 국내 5개 주요철강사가 13일까지 출하하지 못한 누적 물량은 총 70만1000톤으로 추산됐다. 1조 1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파업으로 포스코는 매일 포항제철소 2만여 톤, 광양제철소 1만5천여 톤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선재공장과 냉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부품이 입고되지 못해 조업 차질이 지속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적치 공간의 부족으로 후판, 열연강판 등 철강재 품목들로까지 생산 중단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제품 출하량이 평소 물량의 10%에 그치고 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화학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폭발사고로 이어지는 등 중대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면서 “해외 고객사들이 많은데, 고객사들이 다른 나라로 제품 수급을 대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업계는 부품업계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어제자 기준으로 5700여 대의 차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재고를 통해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번 주말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주협의회는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이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화주협의회는 “중소기업에는 1∼2건의 선적 취소도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선복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신히 선박을 확보했는데도 항만까지 운송해 줄 화물차를 배차받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고, 중요한 바이어들과의 거래가 중단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주협의회는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이 모두 고통받고 있는 것은 더는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라며 “이러한 어려운 시기 화물연대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선으로 현업에 복귀해 멈춰서 있는 수출입 화물 운송을 다시 살리고 대화로 상생의 협상을 재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