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리 요금제, 내비와 달라”…알고리즘 공개 촉구
배민 “도로 기반, 현실적인 이동 거리 구현” 반박
라이더유니온은 14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사기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 배민이 지난 4월 도입한 실거리 요금제가 실제 거리인 내비게이션 거리와 달라 기사들에게 배달비를 적게 지급해 라이더들을 기망했다는 주장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민 앱과 내비 앱 거리를 비교한 데이터 100건을 공개했다. 데이터는 4명의 라이더가 5~6월에 걸쳐 서울 마포· 서대문· 중구· 관악· 영등포 등지에서 수집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100건 중 72건이 배민 앱과 사용 내비앱 거리의 절대값이 100m 이상 차이가 났다. 내비 거리값이 배민 앱의 거리값 보다 200m 이상 큰 경우는 68건, 500m 이상 큰 경우는 22건이었다.
평균 350m 정도 오차가 발생했으며, 크게는 1.9km까지 오차가 발생했다. 배민 앱의 거리값이 내비 거리값 보다 큰 경우도 4건 있었다. 배재훈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100m 이하로 차이가 나는 경우는 28건인데, 이를 통해 정확도가 28%라고 본다”고 말했다.
3년째 배민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직접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부정확한 거리 측정이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호소했다. A 씨는 “배민 앱 상에서는 도착했지만, 실제로는 유턴을 해야 해 800m 더 가야했다. 라이더로서는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할 수 있는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정확도 차이가 나는 이유를 거리 측정 엔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재훈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프로덕트실 개발자는 지난 2월 한 모빌리티 관련 강연에서 세션 연사로 나서, OSRM(Open Source Routing Machine)이라는 오픈 소스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한다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시스템은 실시간 도로 교통 정보를 반영하지 않고, 도로 정보만 반영하므로 실제 운행 거리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강연 영상에서 배민 개발자는 실제로 OSRM을 소개하며 “수많은 (내비게이션) API 호출을 돈으로 환산하면 음식 금액보다 호출 비용이 더 높을 수 있다. 내비 API도 이런 서비스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법을 구해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OSMR 사용 여부와 거리 산정 방식 등 구체적인 데이터 엔진 방식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연에서 언급된 내용은 저희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배달료 산정 체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배민 측은 “교통 정보를 반영한 경로로 안내하는 기존 일반 내비게이션은 경로 및 거리 산정이 일관되지 않아 배달료 산정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거리 정보는 “도로 정보에 기반한 예상 이동 경로에 따라 이동 거리가 측정되며, 산이나 강 등 지형지물에 따른 우회 경로를 반영하는 등 현실적인 이동경로에 가깝게 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로 설정이 실제 도로 정보와 차이가 나는 구간들을 계속해서 검토하는 등 해당 시스템에 대한 고도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당사 교섭 노조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더 유니온 측은 투명한 알고리즘 공개와 안전배달료 도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노동자들로선 배달료의 산정방식, 기준, 배차방식, 이런 것들은 기본적인 노동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조건과 관련된 알고리즘은 취업 규칙처럼 고용노동부와 노조와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스페인 라이더 법은 노동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및 AI의 기초가 되는 매개 변수 등을 노동조합에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면서 “우리도 노동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의 경우 헌법과 노동관계법에 따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배민을 향한 고소·고발은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다. 앞서 배민은 지난 4월 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측에 배달료 부당 편취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