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자체 지속성을 지닌 인플레이션(self-sustaining inflation)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5%의 고물가 상황 속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아지고 있어 대외요인뿐 아니라 국내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압력도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 물가여건을 낙관할 수 없고 하방 경직성이 큰 곡물가격의 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는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후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
14일 오후 한은이 오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작년 이맘때 시작된 인플레이션이 이미 1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목표치를 상회하는 물가경로가 예상되는 만큼 금번 인플레이션의 지속기간은 과거에 비해 길어 보인다"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구조적인 변화가 물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체 지속성을 지닌 인플레이션(self-sustaining inflation)의 발생 가능성마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관련한 우려에 대해 한은 관련 부서는 물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내 코로나 상황 등 불확실성이 큰 요인들에 영향받고 있는 만큼 위원이 질의한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물가오름세가 내년 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넘어섰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3%에 근접했다"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최근 3%에 가까워졌는데,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간 상호작용으로 2차 효과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고(高)인플레이션의 기저에는 공급측 요인뿐 아니라 확장적 정책 운용에 따른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수요압력도 작용하고 있어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물가 기대심리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완화 정도 축소를 선제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위원은 "과거와 달리 국내외 수요 회복세 등으로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큰 상황이므로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둔화 비용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따른 편익이 더 클 것"이라며 "최근 실질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중립 금리와의 괴리 폭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지는 점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한 위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한두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속도가 빠르고 조정폭이 커질 수 있어 이에 따른 외환 부문 압력과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제약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경제의 상황변화에 더 충실히 대응할 수 있는 통화정책 여력을 미리 확보해 나갈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