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는 금융위기·긴축발작 당시보다 상승폭 커
헤지펀드 등 큰손들,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 대거 축소
미국 5월 생산자물가 10.8% 상승
글로벌 자산시장이 ‘패닉셀’에 휩싸였다. 미국 국채 매도세가 커지면서 금리가 큰 폭 상승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3.483%까지 오르면서 2011년 4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5%대로 시작해 5월 말 2.74%에 머물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지난 5거래일간 0.513%포인트 뛰며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2년물과 30년물도 각각 3.437%, 3.428%까지 치솟았다.
특히 실질금리인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지난 60일 동안 1.58%포인트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당시보다 상승 폭이 컸다.
연준이 이날 시작한 이틀간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채 매도세가 깊어진 영향이다. 시장은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몰고 올 경기침체에 방점을 찍고 채권 투매에 나섰다.
주식 시장 폭락장도 이어지고 있다. S&P500지수는 전날 약세장에 진입한 데 이어 이날도 추가로 빠지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S&P500은 올 들어 22%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주가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아 주식 시장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의 향후 12개월 기업 추정이익을 기반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은 15.8배로, 지난 15년간 평균인 15.7배보다 높았다.
큰손들이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골드만삭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데이터 분석 결과 헤지펀드들은 지난 2거래일 동안 역대 최고 빠른 속도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자산 전반에 걸쳐 내재 변동성이 지난 10년 동안 볼 수 없던 수준에 도달하자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모든 자산 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유동성 악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전보다 시장 유동성이 더 나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라더스에서 근무했던 크리스찬 호프만 손버그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 유동성이 리먼 사태 당시보다 더 안 좋다”며 “유동성이 없으면 시장이 더 크게 요동칠 수 있어서 리스크가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추구하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는 20년래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이 경기침체 공포에 질렸지만, 연준도 공격적 긴축 행보에서 물러설 곳이 없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10.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PPI는 3월 11.5%, 4월 10.9%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6개월째 두 자릿수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표인 만큼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커질 전망이다. 5월 미국 CPI는 8.6% 상승하며 41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