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네덜란드‧벨기에서 '숨가쁜 반도체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 전략적 파트너들과 반도체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와 만나 반도체 협력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에 관해 포괄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뤼터 총리를 만난 것은 2016년 9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당시 방한했던 뤼터 총리는 이 부회장의 안내라 삼성전자 전시관인 '딜라이트'를 돌아봤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설계, 장비, 칩 등 관련 산업이 발달해 있다. 이 부회장이 뤼터 총리를 찾은 것은 국가적 차원의 협력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뤼터 총리가 평소 정보통신기술(ICT)ㆍ전기차ㆍe-헬스 등 혁신에 기반을 둔 신산업에도 큰 관심을 보여온 만큼 반도체 이외의 분야에서 협력 확대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 면담 이후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초미세(나노) 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는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격하며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고성능 EUV 장비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 부회장이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번 미팅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배석했다.

이 부회장과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이 부회장은 다음 날인 15일 벨기에로 이동해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 반도체연구소인 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을 공유했다.

이 부회장은 imec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이외에도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 과제에 대한 소개를 받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한편 이달 7일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각국을 돌며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인수합병(M&A)과 관련한 행보를 이어간 후 18일(한국 시간)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