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는 소식에 국내 ‘영끌족(영혼까지 대출을 끌어 쓴 사람들)’이 비상에 걸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에도 미국이 최소 0.50%포인트를 올릴 것으로 천명하면서, 우리나라도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0.50%포인트 이상의 빅스텝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출금리가 연내 최고 8%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각) 연방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초강수를 둔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종전 0.75∼1.00% 수준이었던 미국 기준금리는 단숨에 1.50∼1.75% 수준으로 올라서게 됐다.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 연준 위원들은 연속된 금리 인상 결과 올해 말 기준금리가 3.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3월 추정치보다 1.5%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올해 남은 4번의 FOMC 회의에서 총 1.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3.4% 수준의 기준금리는 연준이 기존에 설정한 2.5%대의 중립금리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도 경기 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최적의 금리를 말한다.
다음 달도 최소 0.50%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0~75bp(1bp = 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0.5%포인트와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우려했던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이후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고된 만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자 시장에서는 대체로 금통위가 연내 최소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 연말 2.50%에 이르는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연말까지 나머지 네 차례(7·8·10·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0.25%포인트씩 연속 인상이 이뤄지면,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 수준은 2.75%가 된다.
그런데 2.75%는 점도표상 미국의 연말 예상 기준금리(3.4%)보다 크게 낮기 때문에, 한은도 결국 한 차례 정도 빅스텝을 밟지 않겠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한은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9일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0.25%포인트씩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에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때문이다.
벌써 시장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KB국민은행은 이날 신규 취급액 코픽스와 연계된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하루 새 3.55~5.05%(15일)에서 3.69~5.19%로 올렸다. 국민은행은 신규 취급액 코픽스와 연동된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3.40~4.60%로 전날보다 0.14%포인트 인상했다.
문제는 미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말 기준금리거 3.40%라는 점이다. 한미 금리역전 현상을 막으려면 우리나라는 최소 2%포인트가 인상돼야 한다. 그러면 현재 최고 5%대 수준인 금리는 7%대로 뛰게 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가 현재 5.19% 수준인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7.19%가 예상된다. 가산금리를 반영하면 8%대 주담대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주담대가 8%대가 되면 영끌족들의 가계 부담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으로 7% 수준으로 고려해도 전용면적 84㎡인 서울 중형 아파트의 월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70%에 근접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대출 상환액은 194만 원(4월 기준)으로 전용 59㎡는 178만 원, 84㎡는 209만 원인 것으로 산출됐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해 전체 평균은 33만 원, 전용 59㎡는 35만 원, 전용 84㎡는 40만 원 각각 오른 것이다.
금리가 연 7%까지 상승할 경우 월 주담대 상환액의 비율은 평균 소득의 62%로 치솟게 된다. 구체적으로 전용 59㎡의 경우 해당 비율이 59%로 평균 소득의 절반을 초과하고, 전용 84㎡는 69%로 계산돼 가처분소득의 70%에 근접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현재의 소득 수준 대비 대출 이자 비용이 가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