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한국 영끌족 울리는 미국 ‘거인 발걸음’

입력 2022-06-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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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는 소식에 국내 ‘영끌족(영혼까지 대출을 끌어 쓴 사람들)’이 비상에 걸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에도 미국이 최소 0.50%포인트를 올릴 것으로 천명하면서, 우리나라도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0.50%포인트 이상의 빅스텝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출금리가 연내 최고 8%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이언트스텝 현실화…다음도 최소 빅스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각) 연방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초강수를 둔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종전 0.75∼1.00% 수준이었던 미국 기준금리는 단숨에 1.50∼1.75% 수준으로 올라서게 됐다.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 연준 위원들은 연속된 금리 인상 결과 올해 말 기준금리가 3.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3월 추정치보다 1.5%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올해 남은 4번의 FOMC 회의에서 총 1.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3.4% 수준의 기준금리는 연준이 기존에 설정한 2.5%대의 중립금리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도 경기 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최적의 금리를 말한다.

다음 달도 최소 0.50%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0~75bp(1bp = 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0.5%포인트와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민 깊어진 한은

우려했던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이후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고된 만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자 시장에서는 대체로 금통위가 연내 최소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 연말 2.50%에 이르는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연말까지 나머지 네 차례(7·8·10·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0.25%포인트씩 연속 인상이 이뤄지면,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 수준은 2.75%가 된다.

그런데 2.75%는 점도표상 미국의 연말 예상 기준금리(3.4%)보다 크게 낮기 때문에, 한은도 결국 한 차례 정도 빅스텝을 밟지 않겠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한은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9일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0.25%포인트씩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담대 상승 불가피…영끌족, 적색경보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에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때문이다.

벌써 시장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KB국민은행은 이날 신규 취급액 코픽스와 연계된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하루 새 3.55~5.05%(15일)에서 3.69~5.19%로 올렸다. 국민은행은 신규 취급액 코픽스와 연동된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3.40~4.60%로 전날보다 0.14%포인트 인상했다.

문제는 미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말 기준금리거 3.40%라는 점이다. 한미 금리역전 현상을 막으려면 우리나라는 최소 2%포인트가 인상돼야 한다. 그러면 현재 최고 5%대 수준인 금리는 7%대로 뛰게 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가 현재 5.19% 수준인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7.19%가 예상된다. 가산금리를 반영하면 8%대 주담대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주담대가 8%대가 되면 영끌족들의 가계 부담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으로 7% 수준으로 고려해도 전용면적 84㎡인 서울 중형 아파트의 월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70%에 근접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대출 상환액은 194만 원(4월 기준)으로 전용 59㎡는 178만 원, 84㎡는 209만 원인 것으로 산출됐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해 전체 평균은 33만 원, 전용 59㎡는 35만 원, 전용 84㎡는 40만 원 각각 오른 것이다.

금리가 연 7%까지 상승할 경우 월 주담대 상환액의 비율은 평균 소득의 62%로 치솟게 된다. 구체적으로 전용 59㎡의 경우 해당 비율이 59%로 평균 소득의 절반을 초과하고, 전용 84㎡는 69%로 계산돼 가처분소득의 70%에 근접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현재의 소득 수준 대비 대출 이자 비용이 가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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