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 '검찰 편중 인사', 민주주의에 악영향

입력 2022-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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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예지 이투데이 사회경제부 기자 (sunrise@)

윤석열 대통령은 한 달 전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사회에 반지성주의인 사람이 많고, 이들은 민주주의에 해가 되므로 교화·계몽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할 수 있는 정치체제다. 반지성주의가 문제라고 생각돼도 탄압·배제는 안 된다.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니 없애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은 다원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오히려 민주주의에 해가 된다. 민주주의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당시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우려를 낳았다.

윤 대통령의 현재 인사를 보면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내각과 금융당국의 차관급 이상에 검찰 출신만 13명이다. 편중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로 가득찬 정부에서 다원성을 찾기는 어렵다. 제도를 만들거나 시민과 소통할 때 검찰의 시각에서만 볼 가능성이 커서다. 다른 의견이 개진돼도 다수에 묻히거나 검찰 출신 인사의 생각만 받아들여져 배척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윤 대통령이 걱정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검찰 출신이 능력이 좋아 요직에 기용했고 앞으로도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다른 의견을 포용하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누군가를 반지성주의로 낙인찍고 그들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만 했지 '그들을 알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표하지 않았다. 지금도 사람들이 검찰 편중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를 들으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있다. 스스로가 민주주의에서 벗어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칼 포퍼는 책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 중 하나로 '지성주의로 인해 닫힌 사회'를 꼽았다. 소수의 엘리트만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지 못하는 상황이 민주주의를 해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엘리트인 검찰이 요직을 가져가는 지금이 '지성주의로 인해 닫힌 사회'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여러 경험을 가진 사람과 두루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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