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조치 장기화로 세계경제 회복이 더딜 뿐 아니라, 세계교역도 개선 흐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9일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이 2~5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세계교역량에 부적정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수급불균형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국제원자재가격이 큰 폭 상승하면서 교역조건 및 실질구매력 악화 등을 통해 세계교역 신장세를 제약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구조 VAR모형을 통해 충격반응을 분석, 실질국제원자재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세계교역이 향후 5분기 누적기준 0.58%p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가격상승(2022년 2월~4월 기준, 실질기준 에너지 20%, 비에너지 7%)은 향후 5분기 동안 세계교역량을 0.51%p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원자재가격이 상승할 경우 원자재 생산자(수출국)의 소득여건이 개선되고 소비자(수입국)는 소득여건이 악화된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이후 상품교역의 소득탄력성이 하락해 전체적으로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은 물가상승에 대응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해당국의 수입수요를 위축시켜 추가로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주요 도시의 봉쇄조치 영향으로 중국의 교역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세계교역에 부정적 영향 또한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3월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조치의 영향으로 중국의 수출입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했다. 5월 중에는 수출이 단계적으로 생산활동이 재개되면서 그간의 적체물량이 일시적으로 해소됐으나 수입은 여전히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교역 증가율(명목 기준)은 2021년 연간 29.9%에서 올해 1~5월 중 10.3%로 절반 아래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교역액 감소가 세계상품교역을 큰 폭으로 악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세계 상품교역 선행지수(WTO)가 지난해 3분기 이후 기준치(100)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세계교역 둔화흐름은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를 점차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조치 등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산업에 대해서는 자국 내에서 조달하는 한편 우방국과의 공급망을 강화(friend-shoring)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배터리제조 가치사슬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 청사진을 마련(2020년 9월)한 데 이어, 하원에서는 반도체 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520억 달러 규모의 지원책 등이 포함된 ‘미국 혁신·경쟁법’이 통과(2022년 2월)된 상황이다.
보고서는 "세계교역에 미치는 주요 여건을 점검해 본 결과,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파급효과 및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유지 등과 관련된 하방리스크가 크다"라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원자재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주요국의 금리인상도 가속화되고 있어 시차를 두고 내년까지 글로벌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