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없는 임금삭감이었던 대법원 사례와는 달라"
KT가 적용하던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연령 차별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KT 전·현직 직원 131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2건을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된 것은 2013년 제정된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것"이라며 "해당 법은 사업주와 노동조합이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는 당연히 임금 삭감도 포함되고, 이는 국회의 법 개정 과정 회의록에도 나타난다"며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은 전체·종합적으로 봐야지 별도로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금피크제의 도입 취지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 삭감으로 고용 기간을 늘리는 것'이므로 KT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014년 KT의 영업손실은 7194억 원, 당기순손실은 1조1419억 원에 이르는 등 경영 사정이 좋지 않고 인력도 부족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정년 연장에 대응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충분한 필요성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금피크제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합리적인 이유 없는 도입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난 후 총액 면에서 더 많은 임금이 지급됐고, 삭감률이 KT 노조와 전·현직 임직원이 합의할 수 있는 범위 내라는 점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줬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에도 업무량과 업무 강도가 줄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중요한 보상에 해당한다"며 "업무량이나 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KT 전·현직 직원들은 "만 58세에서 60세로 정년 연장이 이뤄진 것과 달리 임금 삭감은 만 56세부터 시작된 데다 임금 삭감 폭도 10~40%로 지나치게 커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퇴직자가 임금피크제에 반발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확정한 이후 유사한 쟁점을 가진 첫 대규모 소송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유지한 채 임금을 삭감한 경우로 KT와는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당시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