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바닥 밑에 지하실로”… 증권사·센터장, 바닥 확인후 사도 안늦다

입력 2022-06-19 09:00수정 2022-06-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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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전문가들의 긴급 장세진단
연말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시장, 플러스 성장에 의구심
밸류 높은 플랫폼 기업 피해야…유가ㆍ비철금속 비교적 안정적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표면적으로 이번 버블은 기술주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2000년과 닮았지만 부동산, 에너지 등 모든 자산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점에서 그때보다 심각하다”(과거 금융시장 버블을 수차례 예측했던 월가의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

제러미 그랜섬의 말처럼 ‘닷컴버블’이 현실화하는 것일까. 한 발 늦었지만 미국발 ’자이언트 스텝‘ 공포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전망되자 주식과 통화, 채권, 가상자산 등 형태를 가리지 않는 ‘묻지마 폭락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갇힌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주식쟁이’들 입에서 ‘주식투자하지 말라’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는 증시가 정말로 어려운 때다. 비록 ‘당분간’ 같은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이날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 입에서는 서슴없이 ‘주식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Q. 현재가 바닥이다, 아니다 말이 많다. 증시 추가 조정 가능성은?

A.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 연말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단기적으로 바닥일지는 모르겠지만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고 있고 연준도 계속 고강도 대책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멈출 때까지는(완화될 때까지) 변동성 장세는 이어질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과정에서는 지수 저점이 낮아지는 모습이다. 저희는 추가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A.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 코스피 바닥이 어디인가에 대한 논쟁이 의미 없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 최근의 급락은 경기 침체를 의식한 부분이다. 현재 코스피 수준은 올해 경제나 기업이익의 감익 정도를 충분히 반영한 상황이다. 문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 금융시장의 영향을 안 받지 않는다. 바닥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을 만큼 과도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주가 위치다.

A.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본부장 = 이미 현재 추가 조정이 오고 있다.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인 수준이다. 근데 주가라는게 어떤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더 밀릴 때도 있다. 지금 분위기는 거의 투자자들이 항복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까지 온 걸로 본다. 최근에는 수급상으로 더 안 좋아지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악화 돼 있다.

A.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 기업실적 등 코스피의 펀더멘털은 현재 가격 수준이 매력적인 구간임을 가리키고 있다.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7배다. 단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이슈 등 외생적 충격과 향후 리스크 변수들을 소화하는 과정이다. 정치적 이슈는 쉽게 예단하기 어려워 유가 관련 이벤트의 향방이 중요하다.

A.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밸류에이션 정도는 더 빠질수 없을 정도까지 내렸는데 완전히 반영된 것인가는 의문이 있다. 남은건 이익 조정치다. 한번 정도 이익 조정이 있어야 그 다음 투자자들의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한다. 여전히 컨센서스상 내년 이익이 증가한다고 통계가 잡히는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한다. 세계경제가 뒤로 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아직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조정이 덜 된 것 같다. 당장 주가 바닥은 2300포인트 정도 선까지도 열어놓고 보고 있다.

A.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 가격조정에서 기간조정으로 변화하는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다. 2400포인트 어귀에서는 반등을 예상한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Q.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데 경기둔화에 접어 들었다고 봐야될지

A.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 경기 둔화는 부정하지 않고, 이익 감소도 부정하진 않지만 문제는 레벨다운을 하려면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이 파산한다거나 대량 실업자가 나온다거나 이런 변화가 있어야만 하는데, 그런 이유 없이 주가가 내려간다는 건 시장이 공포에 질려서 말 그대로 수급 기반이 완전히 붕괴됐을 때 나타나는 거다. 지난해 3000선까지 갔던 건 일종의 ‘투자 붐’이 하나의 프리미엄을 줬다면 지금은 반대로 하락 공포에 질리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디스카운트 요인이 커지는거다. 뉴욕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낙폭이 과대한 현상이 나오는데, 매도가 공격적이라기보단 매수 기반이 약하다는 얘기다.

A.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시장에선 과연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1분기 미국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2분기는 전망치로 0%가 나오는 상황이다. 경기침체라는 말은 안쓰고 있지만 거의 경기침체나 다름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다. 한번 더 남은건 이익 조정치가 내려가야 이에 따른 밸류에이션 한번 더 반영하고, 투자자들도 바닥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

Q. 기술주, 성장주 주가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데 전망은?

A.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된 테크주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까. 인플레이션 국면 관련해서 테크 밸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게 빅테크의 성장 끝났다는 얘기는 아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국면에서는 테크 기업 중에서도 플랫폼 매력도가 떨어진다. 기술주의 성장이 끝난 건 아니고 인플레이션 국면이다보니 밸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A.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본부장 = 기술주는 지금 밸류가 비싸서 안 된다고 본다. 빅테크에는 고밸류가 들어있는데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강해져서 밸류가 더 심하게 내려간다. 그럼 고밸류 주식들은 힘들어진다. 그만큼 주가수익비율(PER)을 더 줄 수가 없다. 이후에도 반등할 확률이 제한적이다.

A.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 성장주 낙폭에 대해선 유동성 이전 성장성에 대한 이슈가 우선이다. 침투율 기준으로 성숙된 산업에 들어선 일부 구독경제와 SNS,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가상화폐, 메타버스 등에서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과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성장주는 경기둔화 우려와 함께 성장성을 증명하는 시기를 당분간 거칠 것이다.

A.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금리가 올라가곤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비교하면 너무 낮다. 미국의 국고채 10년 금리가 인플레 보다 높은게 정상수준인데 이는 인플레이션에다 성장 기대감이 더해져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10년 금리가 더 낮다. 성장 기대감이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그래서 성장주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성장주가 프리미엄을 받으려면 정상수준으로 돌아와야 한다. 금리가 더 오르든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든 해야되는데 한번 더 이익 조정이 있어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A.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 2000년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하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조정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하나, 밸류에이션 측면이나 닷컴 버블 당시의 주요 기술·미디어·통신(TMT) 기업들과 지금의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은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기에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성장주나 투자 시 현금흐름 회수가 긴 종목들의 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남성이 15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Q. 현재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A.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 밸류가 높은 플랫폼 기업들은 피해야 하고,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짜야한다. 현금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고, 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 업종들과 비철금속이 안정적일 거고 리오프닝 관련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낫다.

A.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가장 주효한 때다. 기다려야 한다. 급락에 대한 학습적 대응을 과거에도 경험해 왔지만 지금은 주식시장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경제다. 경제의 구체적 변화를 조만간 보게 될 부분이니 그때를 대비해 위험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A.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본부장 = 포트폴리오 구성이 지금은 다 흔들리고 있다. 투자 관련된 주식이 좋을 것 같다. 투자할 여력이 있어야 좋고, 투자자 좋아야 매출이 늘어나는 거니까 원자력 쪽도 투자가 되고 반도체, 2차 전지, 지금 주가 조정이 깊지만 2차 전지, 반도체, 원자력, 이 정도가 투자하기에 괜찮다고 본다.

A.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연초부터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권고 드리고 있다. 업종별로는 인프라, 에너지, 기계가 조금 더 유효할 것으로 말씀 드렸다. 사실 이쪽도 안전하진 않은 건 마찬가지긴 하다. 위안을 드리자면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주가가 많이 낮긴 하다. 당장은 힘들고 괴로운 부분 많겠지만 긴 흐름에선 지금 주가는 굉장히 바닥에 가까운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익 조정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A.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 포트폴리오 재정비 우선순위는 스테그플레이션 리스크 헤지 가능성을 고려해 설정함이 합당하다. 정유, 방산, 자동차, IT 대표주가 이런 맥락에 부합하는 전략 대안이라고 판단한다.

Q. 이제 막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에 입장에선 현재가 저점 매수 타이밍인지,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

A.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됐다는 시점에 들어오는 게 좋다. 지금 지표가 꺾이지 않아서.. 9월 이후가 (들어오긴) 좋을 것 같다.

A.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본부장 = 기업이 좋은 가치에 오면 좋은 주식이 된다. 지금 좋은 주식이 보이냐고 한다면 기업이 자기 가치 이하로 있는 주식들이 꽤 있다. 내가 오늘 사서 다시 팔면 모르겠지만, 몇몇은 괜찮은 레벨에 왔다고 본다.

A.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 지금은 저점 매수 전략보단 리스크를 관리하며 글로벌 변수의 해결과정을 우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

A.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가장 민감하게 보는 섹터가 반도체인데. 기준금리가 올라가서 정점을 찍었을때 보면 디램 매출도 피크아웃을 하게 됐는데, 디램 피크아웃 시기가 금리 정점보다 점점 앞으로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다 오르기 전에 피크가 올 가능성이 있다. 올해 하반기 중에 디램 매출 피크가 나올 수 있다. 디램 매출 피크가 빠지는걸 확인하고 나면 실적 추정치도 많이 낮아지면서 충분히 주가에 반영이 될 것 같고 정말 바닥이란 확신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A.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 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시즌에는 사전적 경계감으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나, 경기침체를 가정한 현 밸류에이션 수준에서는 투매보다는 보유를 권고한다. 관망보다는 3분기 이후를 겨냥한 전략대안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국내 증시 회복은 3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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