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CEO가 사망하는 건 분명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투자자로선 내 돈만 찾을 수 있다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코튼 혼자서만 알고 있었던 거다. 무려 11만 명의 투자금 1억9000만 캐나다달러(약 1600억)가 묶이고 말았다. 텔레그렘을 통해 모인 투자 피해자들은 코튼의 죽음을 의심하고, 그의 행방을 쫓는다.
쿼드리가CX의 비밀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러난 충격적 사실. 쿼드리가의 금고(콜드월렛)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숨겨진 동업자 마이클 패트린은 전과자였으며, 코튼 역시 14~15세부터 사기를 쳐온 ‘연쇄 사기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애초에 쿼드리가는 ‘폰지사기(다단계 사기)’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 거래소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무도 믿지 마라: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다’다.
코튼은 평소 모형 비행기 날리기를 좋아하는 순수한 이미지의 청년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은 선한 웃음에 장난기 넘치는 모습까지. ‘천재 괴짜’ 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가 20대에 세운 쿼드리가CX는 2017년 한 해에만 12억 캐나다달러를 거래시키며 캐나다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로 우뚝 선다. 큰돈을 번 코튼은 비행기와 보트를 사고, 전 세계를 여행 다녔다. 성공한 청년 사업가의 전형이었다.
코튼의 사망 후 그의 실체가 밝혀지자 한 투자자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당연히 거래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한다. 투자자들은 쿼드리가GX를 만든 코튼이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호감 가는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매혹돼 돈을 투자했다.
두 코인을 개발한 건 테라폼랩스의 젊은 CEO 권도형. 그는 2019년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테라의 팬덤을 구축했는데, 이 같은 모습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닮았다며 ‘한국판 머스크’로 불리기도 했다. 사업 초기부터 일각에서는 ‘폰지사기’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많은 투자자는 권 대표를 믿고 거액을 투자했다. 코튼과 권 대표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권 대표는 폭락 사태 이후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없이 새로운 코인인 루나2.0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역시 발행 2주 만에 90% 이상 폭락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ESC)는 테라폼랩스의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 검찰도 피해 추산 작업과 권 대표의 사기 혐의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인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55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인구(5182만 명)의 10.8%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무법지대’다. 정부는 암호화폐의 발행과 상장을 규제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제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큐는 비트코인 광풍에 ‘무지성(無知性)’으로 뛰어드는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신이 투자하는 거래소·코인이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하고, 단순히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캐나다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라는 타이틀과 제럴드 코튼의 겉모습을 믿었다가 사기를 당했다.
다큐는 말하고 있다. 당신의 암호화폐는 안전한가. 아무도 믿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