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처음, 부동산 판매도 60% 감소
헝다 사태에 봉쇄 더해져 경기침체 불안 커진 탓
“작년 투기꾼이 문제였다면 올해는 구매자가 문제”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국가통계국을 인용해 4~5월 중국 70개 대도시 가운데 절반 이상의 도시에서 신규주택 가격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치솟던 가격 상승 폭이 어느 정도 둔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문제는 넘쳤던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이 내려가는 동안 부동산 판매는 6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부동산 활황세를 누렸던 인구 700만 명의 항구도시 잔장은 4월 아파트 거래가 5채로 급감했고 5월 실적은 더 부진했다. 잔장에서 부동산 매매업을 하는 량자웨이는 “1년 전엔 별 무리 없이도 하루 아파트 3채를 팔 수 있었다”며 “아파트가 평범해도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지역의 새 아파트는 구매자를 끌어들이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격이 내려갔어도 주택 구매 의욕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고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지속적인 영향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집 구매를 필수조건으로 삼는 등 전통적으로 중국 가계에선 저축 대부분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부동산에 투자해 왔다. 이로 인해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는 미국인 투자의 두 배가 넘는다고 NYT는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부동산 시장 수요도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봉쇄 중심지인 베이징과 상하이의 5월 소매판매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37% 감소했고, 산업생산은 40%, 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타격은 가전과 의류, 자동차 등 다른 상품에 대한 구매까지 잠식해 중국 전반에 경제적 충격을 줄 위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정부는 낮은 모기지 금리 유지와 신용대출 장려, 보조금 지급 등으로 주택 시장을 다시 살리려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NYT는 “1년 전만 해도 중국 부동산 시장이 우려하는 건 구매자가 아닌 투기꾼들이었다”며 “이제 정부는 사람들이 부동산을 다시 사도록 하지만, 잠재적 구매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기엔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