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득 없는 자영업자 늘어나는데 '폐업률'은 하락
대출금리가 오르고 금융지원책이 끊기면 당장 내년부터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3월 말 현재 960조7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 원)) 대비 40.3%(275조8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및 기업 대출 증가율(각각 16.2% 및 23.7%)을 크게 웃도는 모습이다.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88조8000억 원)도 같은 기간 30.6% 늘었다.
한은은 “이 같은 대출 증가세는 코로나19의 충격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운영자금 조달 수요가 커진 데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적 피해가 집중된 자영업자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시행된 금융지원조치도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을 높이는 요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받은 돈을 밑천으로 삼은 ‘좀비 자영업’도 퍼졌다. 사업소득이 없는 자영업자의 비중은 2019년 7.6%에서 2020년 8.6%로 늘어났는데, 폐업률은 외려 12.1%에서 10.9%로 줄었다.
특히 부동산업 대출은 작년 10조5000억 원 급증, 도소매(7조1000억 원 증가) 및 숙박음식(2조8000억 원 증가) 등 여타 업종보다 증가액이 가장 컸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코로나19 충격 발생 이후 금융지원조치가 연장되면서 폐업률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유념해야 할 건 업황이 나쁘지만, 사업자 신분을 유지하는 사례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사업체를 폐업으로 전환하면 금융지원 이런 혜택이 끊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부 영향이 폐업률을 떨어뜨린 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오르고 금융지원책이 끊겼을 경우 빚을 갚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이란 데 있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는 이들의 채무상환 부담을 줄여왔다. 금융지원이 없었다면 저소득(소득 하위 30%) 자영업 대출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6%포인트(2021년 말 기준 38.8→43.4%)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고 금융지원(올해 9월 종료 예상)과 손실보전금 지급(가구당 600만 원)이 끊어질 경우, 내년 이후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채무 상환 위험은 급격하게 커질 전망이다.
한은의 분석 결과, 대출금리가 해마다 0.5%포인트씩 오르고 금융지원과 손실보전금이 없어지는 ‘복합 충격’ 시나리오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내년 자영업 대출자의 DSR은 △저소득(하위 30%) 올해 34.5→내년 48.1% △중소득(40∼70%) 38.6→47.8% △고소득(상위 30%) 39.5→44.4%로 높아졌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로 인해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의 경우 취약차주 비중이 높고 담보·보증 대출 비중이 작아 자영업자 대출의 채무상환위험 증가 시 이들 업권의 대출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 중심에서 채무이행 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융지원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 폐업 지원, 사업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은행금융기관들이 자영업자 대출 취급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