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측 유가족이 2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사건 이첩 요청권 행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피격된 공무원 형 이래진 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서 전 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가윤 변호사는 "국방부는 2020년 9월 27일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하달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국가안보실에서 하달한 월북 관련 지침이 있어서 월북으로 조작된 것인지 파악하고자 서 전 실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애초 조사결과가 ‘월북’으로 발표됐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이 국방부와 해경 등에 보낸 ‘지침’으로 월북으로 조작됐다는 견해다. 그는 "국방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월북’으로 조사됐는지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해당 사건을 공수처 등에 넘기지 말고 검찰이 직접 수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자를 고발한 사건을 문 정부가 임명한 공수처장이 수사한다면 이는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 이첩 요청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이날 설명문을 내고 "금일 고발 사건과 관련해 아직 검찰로부터 인지 통보가 없고, 이제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상황"이라며 "수사 진행 상황을 알 수 없는 데다, 수사에 관한 공정성 논란도 일어나지 않은 만큼 이첩 요청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검토 필요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공수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다른 수사기관이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공수처 출범 후 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사례는 2차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실제 이첩된 것은 경찰에 이첩 요청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뿐이다.
공수처는 "현재까지 공수처와 검찰은 ‘범죄 인지의 개념’ 등에 관한 일치된 견해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라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이 고발한 대상들은 이첩 의무 대상인 ‘검사’가 아니다. 검찰은 이첩 의무가 없으므로 사건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