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삼익' 나흘만에 4000만원 쑥
압구정 '한양7차' 1억8000만원 올라
서울 강남구와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고가 아파트 신고가 경신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한 달 가까이 하락하고 있지만, 핵심지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 단지를 찾는 수요는 여전한 셈이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29㎡형은 지난달 23일 신고가보다 4억 원 오른 68억 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은 4월 64억 원에 팔렸는데 한 달 만에 4억 원이 더 올랐다. 현재 같은 평형의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기 위해 부르는 가격)는 최고 70억 원이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최근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기면서 아크로리버파크도 매수 문의가 줄었지만, 단지 희소성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며 “집주인들이 신고가에 팔릴 때마다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더 높여 불러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서울 내 재건축 단지 역시 집값 하락 무풍지대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익 전용 122㎡형은 지난달 23일 23억4000만 원에 팔렸다. 같은 달 19일 종전 최고가인 23억 원에 거래된 이후 나흘 만에 4000만 원 더 오른 신고가 거래다. 삼익 아파트는 여의도 내 대표 재건축 단지 중 한 곳으로, 1974년 준공된 노후 단지다. 현재 정밀안전진단 단계까지 통과했다.
여의도 일대 노후 단지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와 여의도 아파트지구 재건축 사업 신속통합기획 적용 등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여의도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전세를 끼고 사들이는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신고가에 거래된 것은 그만큼 일대 개발 호재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강남지역에선 압구정동 현대1차와 한양7차 등 재건축 대어 단지들의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31㎡형은 2일 47억6500만 원에 계약서를 썼다. 같은 평형이 4월 47억 원에 거래된 이후 6500만 원 더 올라 재차 신고가를 경신했다.
압구정동 한양7차 역시 전용 106㎡형이 지난달 17일 종전 최고가보다 1억8000만 원 더 오른 39억8000만 원에 매매됐다.
이렇듯 서울 내 핵심지에선 아파트 신고가 실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 전역에선 아파트값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송파구와 강동구는 주요 단지의 실거래가 하락이 도드라진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형은 20일 종전 최고가보다 3억5000만 원 떨어진 23억5000만 원에 팔렸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59㎡형 역시 지난 1일 신고가 대비 1억7500만 원 하락한 12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전반적인 집값 약세가 이어지지만, 지역 내 개발 호재가 강한 단지는 오히려 집값이 튀어 오르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시내 집값 상승을 우려해 4월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아파트지구를, 이달 16일에는 잠실과 대치, 삼성 등 강남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잠실과 대치동 등 일부 지역에선 집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압구정과 여의도는 오히려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는 등 혼조세를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해당 지역 호재가 강력해 대기수요가 꾸준하고 실거주 목적에서 자기자본을 가지고 유입되는 수요까지 막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