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경찰 치안감 인사 논란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경찰책임론을 기정사실화하며 경찰을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집무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서 검토해 대통령에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밖으로 유출되고,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 것”이라며 “경찰에서 행안부로 자체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린 것으로,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행안부는 31년 만에 경찰에 대한 견제·감독을 위해 경찰국을 신설하고, 산하에 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 권고안을 발표하는 등 경찰을 옥죄고 있다. 여기에 인사 번복 사태가 겹치면서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당장 경찰의 자체 조사를 주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 논란) 과정에 대해 경찰 쪽에서 먼저 조사가 있어야 한다. 그 이후 과정에 대해선 밝혀드릴 게 있으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경찰에 대한 감찰과 책임자 문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전날 행안부 경찰국에 대해서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후속조치라며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경찰보다 독립과 중립성이 더 요구되는 검찰도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다”며 “과거에는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실로 청와대가 100명 가까이 경찰 인력을 파견 받아 직접 통제했다. (이를) 저처럼 놓는다고 하면, 경찰 사무를 맡는 행안부가 필요한 지휘·통제를 하고 독립성·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무는 헌법·법률에 따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지휘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글이 줄을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24일 임기를 마치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용퇴론까지 나왔다고 한다.
검수완박을 비롯해 경찰에 힘을 싣는 정책을 펴온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경찰 장악 시도에 앞장서는 행안부 장관에 비난의 화살이 쏠릴 걸 우려해 경찰 공무원들에 책임을 떠넘긴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사회에 ‘권력에 충성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소속됐던 의원들은 김 청장과 면담한 뒤 인사 번복에 정권 실세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