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대 수 조사 없는 '재개발 구역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위법"

입력 2022-06-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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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이 독립적 가구 수를 직접 조사하는 등 정확한 조사 없이 재개발 구역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부 신명희 부장판사)는 수색 13 재정비 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수색 13구역 재개발조합)이 서울시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기타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은평구청이 부과한 학교용지부담금을 전부 취소하라는 판단이다.

먼저 재판부는 건축물대장은 건물의 구조 내력에 대한 정보를 기재하는 공문서로 실제와는 다를 수 있어서 이를 세대 수 산정의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세대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으로 주거·생계를 같이 하는 사람의 집단'으로 '가구'와 같은 뜻"이라며 "학교용지법의 '세대'를 '건축허가·건축물대장상의 세대'로 제한해 해석하는 것은 통상적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실제 거주 세대에 대한 조사 없이 건축허가·건축물대장상 모든 다가구 주택의 세대 수를 1개로 상정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상식에 배치된다는 말이다.

또한 재판부는 "학교용지부담금은 사업 시행 후의 인구 유입으로 인한 취학 수요를 따져 증가분에 한해 부과돼야 한다"며 "이는 건축허가·건축물대장이 아닌 실제 거주 세대 수의 증가 여부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개발로 세대 수가 증가해 학교시설 확보가 필요해졌는지는 '공급되는 공동주택 세대 수'에서 재개발 이전 '기존 세대 수'를 차감해 산정된다"며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를 위한 전제인 기존 세대 수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거주 세대 수의 증가 여부가 학교용지부담금 산정에 중요한 만큼 정확히 파악을 했어야 하지만 은평구청은 세부구성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아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신규 공급 주택 세대 수의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학교 신설·증축의 수요 증가를 예상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를 면제하지 않은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봤다.

수색 13구역 재개발조합은 2012년 서울시 은평구 재개발사업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20년 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인가 받았다. 이후 은평구청은 학교용지법에 따라 학교용지부담금 11억8800여만 원을 부과 고지했고, 조합은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 기준이 되는 '증가 세대 수' 산정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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