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세 대란’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최근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물건은 증가하는데, 수요와 가격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3법을 적용한 전세 계약들이 만료를 앞둔 만큼 임대차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오히려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2만7872건이다. 지난해 6월 28일 2만44건이 등록됐던 것과 비교하면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은 각각 74.6%(2만1282건→3만7176건), 108.9%(4535건→9476건) 늘어났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12월 6일 조사에서 99.1을 기록한 이후 줄곧 100을 밑돌고 있다. 경기‧인천은 각각 지난해 11월 22일과 1월 3일 조사 이후 한 번도 100을 넘지 않았다. 전세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보다 전세를 내놓는 공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물은 늘어나는데 수요가 적다 보니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지난주(20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03% 떨어졌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01% 하락하며 2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도 올해 들어 약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과 5%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해 재계약한 전세가 8월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이 4년 치 인상분을 임대료에 선 반영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해 이른바 ‘전세 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전세 대란의 우려가 가장 컸던 서울에서도 아파트 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수요와 가격은 떨어지면서,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가 21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도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월 전세 대란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을 제시했다. 상생임대인 조건을 완화하고,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 급격한 임대료 인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한, 실거주 의무 완화로 집주인들이 임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전세물건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
다만, 최근 임대차 시장 안정세는 일시적이며, 전세 대란 등의 임대차3법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250만 가구 등의 충분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6.21 부동산 대책에 임대인들과 임차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됐다”면서도 “나름 고심한 흔적은 있었지만, 사실 더 많은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에 공급을 크게 늘릴 수는 없다. 대출규제 완화 등의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로 갈아탈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전세 수요 자체를 더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