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부 모태펀드로 버틸 것"…"거품 곧 꺼질 것"시장 평가 엇갈려
“투자사들은 돈줄이 말라가고 있어, 당장 스타트업에 실적을 요구하는 등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VC 관계자)
벤처캐피털(VC)들은 저금리 기조가 사실상 끝나면서 유동성이 줄어들자, 투자 위축과 투자 기업에 성과를 요구하고 나섰다.급기야 단기간에 기업공개(IPO)가 힘들 것이라고 판단되면,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증시 악화 등으로 오랜 투자 호황이 끝나자, VC업계는 외적 성장성보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VC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대규모 투자가 줄어들어 전체적인 투자 규모가 축소됐다. 투자 유형도 당장 매출을 내지 못하더라도 성장성을 담보로 투자를 유치했던 과거와 달리, 단기간 흑자 구조를 갖춘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경기 상황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대다수 VC들은 투자에 극도로 신중해지고 있다. 한 VC업체 심사역은 “경기침체 우려로 산업 전반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제2벤처붐과 달리 VC들이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며 “VC를 시작으로 스타트업까지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VC업계는 비전과 스케일업만을 강조한 초기단계 기업은 밀려나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하며 내실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벤처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바라봤다.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새로운 판도로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VC 투자 심사역은 “최근 몇 년간 유행이었던 플랫폼, 메타버스, NFT, AI 등을 내세워 바로 수익성을 낼 수 없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먼저 도산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계는 VC들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시드 투자 유치를 끝내고 사업 확장을 위해 프리시리즈 단계에 돌입하려던 A 스타트업은 투자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A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존 VC들이 투자금을 늘리지 않아 다른 투자사를 찾고 있는데 투자사들은 기업의 비전보단 수익성은 있는지 가장 먼저 보고 있다”며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투자금 받기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말이 자주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을 확보한 스타트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공지능(AI) 기반 동영상 후기 서비스 ‘브이리뷰’를 운영하는 인덴트코퍼레이션은 흑자회사로 시작했다. AI챗봇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동영상 리뷰 생산을 확보해 3년 만에 국내 고객사 3312개사를 달성했고, 최근 기존 서비스를 개편하며 한 달 만에 전월 대비 매출 20배를 끌어올렸다.
인덴트코퍼레이션 VC인 퓨처플레이 관계자는 “인덴트코퍼레이션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리뷰 커머스 생태계 패러다임을 혁신하며, 실제 수익화를 이뤄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라며 “막연하게 기업 성장성만 제시하기보다는 고도화된 서비스 개발과 수익으로 기업 가치를 증명하고 있고,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앞둔 만큼 앞으로의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 스타트업 ‘팀스파르타’도 VC업계에 눈길을 끌고 있다. 교육 사업으로 당장 수익을 낼 수 있어 신생 기업이지만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스파르타는 코딩 교육만으로 지난해 매출 105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거두기도 했다.
투자를 리드한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팀스파르타는 단편적으로 코딩 교육만 하는 기업이 아니라, 높은 교육 효과를 바탕으로 채용 서비스, 프리랜서 연계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기업”이라며 “모든 기업이 DT(Digital Transformation)을 외치는 가운데, IT인력 공급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계는 이번 상황에 엇갈린 반응을 내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 불확실성이 심해지면서 버터지 못할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 빅테크 기업에 전략적 인수·합병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2벤처붐의 거품이 곧 꺼질 것으로 바라봤다.
반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모태펀드가 유동성의 근간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벤처붐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현재 상황은 스타트업들에 대한 벨류에이션이 낮아져 스타트업들은 힘들 수 있지만 VC들은 투자하기 좋은 상황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