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차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 초읽기에 들어갑니다. 이 기술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를 따라잡을 비장의 무기로 평가받습니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20일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게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서명했는데요. ‘3나노 GAA’란 어떤 기술일까요?
여기서 또 주목할 만한 점은 3나노 반도체를 GAA 기술을 통해 구현한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내에는 전류 흐름을 차단하고 여는 트랜지스터가 있는데요. 현재 반도체 공정에는 ‘핀펫(FinFET)’이라는 기술이 쓰입니다. 상어 지느러미를 닮았다는 뜻에서 핀펫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핀펫은 트랜지스터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닿는 면적이 3곳입니다. 이 기술은 한때 획기적인 기술로 꼽혔지만, 반도체 크기가 계속 작아지면서 전류 제어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전류 제어 역할을 하는 게이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누설 전류가 생기면서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탓입니다.
반면 GAA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라는 이름처럼 모든 면에서 전류가 흐르는 구조입니다. 채널이 게이트에 닿는 면적을 늘려 충분한 양의 전력이 흐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반도체를 더 소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채널 조정 능력이 높아지고, 칩의 동작 전압도 낮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3나노 GAA 공정을 활용하면 7나노 핀펫 대비 칩 면적은 45%, 소비전력의 경우 50%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성능 역시 약 35% 향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술은 핀펫 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기존 설비·기술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요. 이번 3나노 GAA 공정 양산은 TSMC를 단숨에 따라잡을 비장의 무기로 평가받습니다. TSMC 역시 올 하반기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을 밝혔는데요. 삼성전자가 먼저 양산을 시작하며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우선권을 쥐게 된 것입니다.
관건은 ‘수율’입니다. 수율은 설계 대비 실제 생산된 정상 칩 비율을 말하는데요. 최근 삼성전자가 수율 문제로 3나노 양산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초에도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수율 문제로 주요 고객사가 이탈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는데요. 먼저 3나노 양산을 시작한 만큼 충분한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파운드리 전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양산을 상반기 중에 시작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없다”면서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3나노 양산을 통해 삼성전자는 상대적 약세라고 평가받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