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에 기우는 윤석열 정부…“중국 보복? 옳지 않다고 말해야”

입력 2022-06-29 16:39수정 2022-06-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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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 기념촬영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나토정상회의 사무국 제공)

윤석열 정부의 경제안보 무게추가 미국과 유럽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서방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협력 강화에 나섰고, 유럽시장을 획기적으로 키워 중국 의존도와 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최상목 용산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8일(현지시각) 프레스센터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의미에 대해 “미국에 이어 경제안보 협력의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요구를 충족시키는 게 유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폴란드·체코 등 원전 수출과 폴란드·덴마크와의 방산 협력, 네덜란드·영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덴마크와의 재생에너지 상호투자, 프랑스와의 우주산업 협력을 꼽았다.

이는 나토의 ‘중국 견제’ 분위기와 맥을 같이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며 중국에 실망을 표했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스페인으로 향하는 기내 브리핑에서 나토의 ‘신전략개념’에 “중국이 제기하는 다면적 도전을 매우 직접적이고 분명한 방식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토 회의에는 ‘부상하는 중국’ 세션이 따로 마련됐다.

대통령실은 중국과 유럽의 관계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이날 니콜라 샤퓌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대사와 만나 ‘동반자’라 고 강조한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직접적 위협이 오자 (유럽) 나라들마다 입장이 갈리는 과도기로, 우리에겐 틈새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세종 총리 공관에서 가진 취임 1개월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섭섭해 경제보복을 하면 어쩔 거냐고 걱정을 많이 하는데, 세계가 존중하는 가치와 나아가야 하는 원칙을 추구하는데 중국이 불만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불리한 행동을 한다면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얘기해야 한다”며 “그것(불이익)을 회복시키려 더 중요한 원칙을 깨부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보복에 나서더라도 이방향을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어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중국과 저희 분업체계는 원숙한 정도로 왔다”고 자신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망 재편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중국 리스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와 세종연구소 주최 포럼에서 “한국의 중국 교역 비중은 여전히 30% 수준이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의뢰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핵심 수입품목의 75%가 중국산”이라며 “이는 윤 대통령이 북핵 대응을 위해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려는 계획의 비용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전망처럼 중국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통화에서 “나토 회의는 미국의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것이라 중국이 통상보복까지 감행하기는 어렵고, 비판 강도가 높은 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며 “국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나토 회의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시키는 건 당장 쥐는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으로선 미·유럽과의 협력 강화로 얻는 실익과 함께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특히 한일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의 전략적 상호신뢰를 손상시키시고 불가피하게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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