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평가가치가 6조 원을 넘었던 미국 가상자산(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가 1억 달러의 벌금과 고객 파산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예치이자율을 높이며 고객 잡기에 나섰지만, 회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블록파이는 경영난에 헐값으로 팔릴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았다. 인수가 2500만 달러(약 322억 원)에 거래될 것이란 추측이 나오자 잭 프린스 블록파이 대표(CEO)는 “시장에 많은 소문이 있지만, 블록파이는 2500만 달러에 인수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이것을 100% 확신하며, 가능한 빨리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대 6조 원을 평가 받았던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란 주장이다.
블록파이는 올해 2월 미국 연방은행과 증권 당국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가상자산 이자 계정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1억 달러(당시 1200억 원)의 벌금을 내면서 이미지가 추락했다.
다음엔 ‘루나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루나에 투자했던 쓰리애로우캐피털(3AC)이 큰 손실을 보면서 블록파이로부터 받은 대출이 청산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블록파이의 유동성 위기로 찾아왔고, 가장자산 거래소 FTX로부터 2억5000만 달러(약 3229억 원) 긴급 대출을 받기로 했다. 헐값 매각설이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설립한 블록파이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9년 3월이었다. 당시 코인을 예치하는 고객에게 연 이자율 6%의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 ‘블록파이 이자 계좌(BIA)’를 시작했다. 코인 예치 고객들은 연 이자율이 6%로 매달 이자를 지급할 경우 월 단위 복리효과를 추가하면 총 연 6.2% 이자를 받았다. 저금리 시대였던 당시 파격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전면에 내세우며 고객을 늘려나갔다.
블록파이는 이른바 ‘코인 은행’을 목표로 수많은 기업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블록파이 투자기업은 가상자산 업계에선 잘 알려진 모건크릭과 코인베이스, 컨센시스 등이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도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최근 블록파이를 이용자들은 자산이 안전한지 걱정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1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으로 미국 사업은 크게 축소됐고, 연이은 코인 폭락에 대출자들의 담보 가치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대출자의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는 위험을 안게 된다. 이는 예금 고객의 자산을 위협하는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들의 불안을 인지한 잭 프린스 대표는 “블록파이의 위험 관리에 대한 많은 의심이 있는 것을 안다”며 “고객 자산은 안전하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기에, 불안감은 여전하다. FTX로부터 긴급 자금을 빌릴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FTX의 블록파이 인수가 임박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