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지난달 방송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요인은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장의 퇴사 소식이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지상파를 포함 예능 및 오디션프로그램 역대 최고의 시청률인 35.7%를 기록한 인물이다.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 방송의 흐름을 뒤바꾼 서혜진 본부장의 퇴사는 TV조선의 성장 및 경쟁력과 연관되어 해석되고 있다.
핵심인재 1명이 기업의 시가총액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글로벌 아티스트 BTS의 잠정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그들의 소속사인 하이브는 단 하루 만에 25% 가까이 주가가 폭락하는 역대급 쇼크를 겪었다. 결국,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BTS의 활동 중단 선언으로 하루 만에 2조 원이 증발되었다. BTS 없이 하이브의 잠재력을 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교육계의 BTS라고 불리는 스타강사 현우진 역시 지난달, 라이브 방송에서 메가스터디와 재계약을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 국내 최고의 사교육기업인 메가스터디의 주가를 흔들어 놨다. 1년에 3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리는 현우진 수학강사의 발언 한마디로 메가스터디는 이틀 동안 전체 시가총액의 10%인 1400억 원이 증발되었다.
BTS와 현우진 강사의 활동 중단 발언으로 기업의 시가총액 10~25%가 증발되고 서혜진 본부장의 퇴사 소식이 특정 방송사의 미래 성장과 경쟁력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혁신전략이 기업의 잠재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지만, 기업의 잠재력은 점점 더 극소수 핵심인재가 좌우하는 것이 사실이다.
조직사회학, 경영학 등의 연구에서도 스타를 보유한 조직의 성장이 점점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과거엔 스타급 인재의 보유가 다른 구성원들의 박탈감을 유발해 조직에 부정적이라는 연구가 많았지만 최근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스타급 인재가 조직 경쟁력에 긍정적이라는 점을 더 많이 제시하고 있다.
핵심인재를 확보하면 해당 인재가 보유한 자원과 역량이 조직에 이전되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은 다양한 지식과 전문성을 공유할 수 있어 조직의 경쟁력까지 확고해질 수 있다. 필자의 주관적 생각이 아니라 다수의 학술연구가 주는 객관적 교훈이다. 천재급 인력이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성장까지 결정하고 있다.
핵심인재가 기업의 시가총액을 쥐락펴락하는 시대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과 대학 중 핵심인재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을 확보 또는 보유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는 조직은 아쉽게도 많지 않다.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시대임에도 국내 대기업은 변함없이 유형자산 확보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스타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묻지 마 영입을 시도하는 것도 문제다. 핵심인재는 기업의 기회이자 강점으로 작용 될 수 있지만 잘못된 영입은 오히려 기업의 약점이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핵심인재를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눈에 띄지 않지만, 자사의 문화와 철학에 부합하는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보이진 않는다.
과거 핵심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다수의 기업은 높은 연봉을 제시했지만 이제 핵심인재들은 높은 연봉 이외 해당 조직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무엇을 경영의 기준으로 삼는지 점점 더 비전과 미션, 철학 등을 되묻고 있다. 조직의 방향 및 가치관에 부합되는 핵심인재를 확보해야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다.
다수의 기업이 핵심인재 영입을 외치고 있지만 그들의 가치관과 자사의 경영철학이 부합해야 혁신과 잠재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 아울러, 조직 내부 구성원을 핵심인재로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핵심인재가 떠나도 또 다른 핵심인재를 조직 내에서 창출하는 기업만이 높은 시가총액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