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증권업계의 ‘어닝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자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마저 대거 이탈하면서 증권사가 벌어들이는 수수료수익이 급감할 전망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공포에 따른 건전성 우려도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가 해외주식 등 외화증권 수탁으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총 19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56억보다 약 30.57% 급감한 수준이다.
작년 1분기 키움증권은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로 576억 원을 벌어들였는데, 올해 들어선 42.53% 감소한 331억 원을 거두며 미래에셋증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은 542억 원에서 315억 원으로 41.88% 감소했고, 미래에셋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24.11% 줄어든 403억 원에 그쳤다.
2분기에 증권사들이 거둬들인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이보다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면서 서학개미마저 이탈 행렬에 가담하고 있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4월(259억5941만 달러)→5월(251억6466만 달러)→6월(232억6559만 달러)로 갈수록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미국 주식이 전체 해외주식 거래 비중의 75%를 차지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뉴욕 증시가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만큼 개미들의 이탈 속도가 빨라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상반기에만 각각 20.6%, 15.3%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2분기에만 22.4% 급락하며 1분기(-9.10%)보다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던 증권사들은 2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2분기 합산 순영업수익은 1조547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5개사의 합산 수수료 수익은 5108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1분기보다 12.8% 감소하고, 신용융자잔고가 감소하면서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주식시장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투자심리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수익성 문제뿐만 아니라, 시장이 우려하는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증권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는 지난해부터 운용·헤지 관련 자산 증가, 우발부채 증가, 대체투자 확대 등 총위험액이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되는 추세”라며 “올해 들어서도 위탁매매 부문 실적 저하, 채권운용 관련 손실 등 수익성 저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위험 인수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