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광주광역시에 ‘더현대 서울’을 능가하는 대규모 미래형 문화복합몰인 ‘(가칭)더현대 광주’를 추진한다.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미래형 문화체험의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전략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과도 맞아떨어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현대백화점그룹은 부동산 개발 기업인 휴먼스홀딩스제1차PFV와 광주광역시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약 9만 평) 내에 도심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 출점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점포 규모는 현재 논의 중이지만 대형 복합쇼핑몰에 부합하는 규모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설립 계획이 확정되면 광주 지역에 첫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었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가 실현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윤 대통령의 공약 전부터 추진되던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공약으로 인해 사업이 더욱 탄력받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미래형 문화복합몰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소매점을 중심으로 결합된 지금의 복합쇼핑몰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쇼핑과 더불어 여가, 휴식,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접목되는 새로운 업태”라며 “더현대 서울의 성공으로 추가 확장을 고민하던 차에 이를 공론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일대 개발을 맡은 휴먼스홀딩스제1차PFV는 미래형 문화복합몰인 ‘더현대 광주’ 외에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 국제 규모의 특급호텔, 프리미엄 영화관 등을 추가 유치하고, 인근 기아타이거즈 홈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연계한 ‘야구인의 거리’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방직 산업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공원’도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일대를 쇼핑, 문화와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북구 일대 개발을 맡은 휴먼스홀딩스 제1차PFV는 부동산 디벨로퍼인 신영과 종합 부동산 회사인 우미건설 등이 주주로 참여한 회사로, 현재 전남방직·일신방직과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광주시와 토지이용계획을 협의 중이다. 휴먼스홀딩스 측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근대 건축물 보존과 함께 도시 경쟁력 제고, 아파트 위주가 아닌 상업·문화 융복합 개발, 국제적 수준 호텔 건립,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 건립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복합쇼핑몰은 방직공장 터 개발 계획의 일부인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부지가 넓은 만큼 주주사들의 이익 확보를 위해 아파트 등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성사 관건은 광주광역시와 지역 소상공인 단체, 시민단체 등과의 협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 강기정 신임 광주시장, 일반 시민들의 긍정적인 입장 등으로 사업 추진은 탄력을 받겠지만 상권 박탈을 우려하는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이 필수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신세계가 광주시와 특급호텔·복합시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이후 인근 소상공인 등이 반대하고 광주시가 "판매시설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의견을 내면서 지구단위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광주’의 현지 법인화를 통한 독립경영을 실현함으로써 지역 협력업체 육성 및 인재 채용 등 지역경제 생산유발 효과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휴먼스홀딩스 관계자는 “광주시의 인허가와 함께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협의 등을 거쳐 향후 개발 규모와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공론화가 되긴 했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적어도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공장 기능을 대부분 상실한 옛 전남방직(전방)과 일신방직 공장 부지 개발이 활기를 띠고 현대백화점이 광주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공룡들의 향후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유통 3사 가운데 유일하게 광주에 백화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지역백화점 상생안의 일환으로 옛 송원백화점을 위탁 운영하기는 했지만 2013년께 철수한 후 광주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과 신세계는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복합쇼핑몰 개발을 위해 물밑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부지를 사업터로 점찍은 현대백화점과 달리 신세계, 롯데는 지역 주요 거점별로 다수 후보지를 설정해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금호타이어 공장의 전남 함평 이전과 맞물려 금호 측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미 제기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가장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로 ‘대형마트’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자체 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나 신세계는 복합쇼핑몰을 유치할 경우 이들 매장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강성 기조를 보이는 광주 지역상인회나 시민단체의 반발을 넘기 힘들다. 이에 비해 현대는 마트가 없어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트레이더스, 맥스 같은 창고형 할인점이 들어온다고 하면 지역상인들과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롯데나 신세계도 현대백화점 사업 추이를 보면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