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의결하고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2030년까지 원전발전 비중을 전체 에너지의 30% 이상으로 높이고,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며,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도 계속 운전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원전 10기의 수출과 함께 차세대 원전으로 부각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독자 노형 개발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그동안 무리한 탈원전으로 흔들렸던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붕괴되다시피 한 국내 원전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방향 전환이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고 발전비용이 싸면서 원료 안정성이 높은 에너지원이다. 원전 탄소배출량은 석탄의 70분의 1, LNG의 40분의 1 수준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광대한 부지의 환경파괴가 불가피하고, 간헐적 발전만 가능해 대용량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기저부하(基底負荷)를 감당할 수 없어 에너지 대안이 되지 못한다. 설계·건설·운용의 모든 체계가 다중 안전구조로 떠받쳐지는 국내 원전의 안전성 또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잘못된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지난 5년 국가 에너지 대계(大計)가 망가져 가장 앞섰던 우리 원전 기술력이 추락하고 산업 생태계와 인력기반은 쑥대밭이 됐다.
원전산업 생태계와 경쟁력부터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최대한 앞당겨 관련 기업들의 기술 복원을 지원하고 설비 및 부품·기기들의 공급기반을 재구축해야 한다. 수출 동력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에너지 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들이 대거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영국·프랑스·폴란드·체코 등이 원전의 추가 건설을 계획하면서 대규모 수출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 원전산업 부흥의 새로운 기회다.
지난 정부가 졸속으로 만든 탄소중립 계획도 수술해야 한다. 탈원전을 전제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70%까지 늘려 2050년 ‘탄소 제로’를 달성한다는 게 목표였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여야 한다.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이 올해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애초부터 실현되기 어려운 과욕이었다. 전자·자동차·철강 등 한국 경제의 주력 제조산업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업들은 많은 돈을 들여 탄소배출권을 매입하거나 생산을 줄여야 한다. 설비 신·증설 중단 및 감산,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 후퇴가 불가피하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과도한 목표를 세우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인 탄소중립은 나라 경제를 위기에 빠트리는 엉터리 정책이다. 원점에서 재검토해 방향과 속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