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재정운용 방식을 전면 수술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우선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 정도로 커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내년에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3.0% 이내로 대폭 축소하고, 2027년 국가채무비율을 50%대 중반으로 관리키로 했다. 이를 위해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내년부터 바로 적용하고, 준칙한도를 법률에 못 박아 강한 구속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 5년 무리한 확장재정으로 나랏빚이 계속 늘면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을 벗어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재정을 긴축 운용하면서 필요한 곳에는 예산을 더 적극적으로 투입해 시장과 민간의 활력을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고강도의 지출구조조정부터 서두른다. 코로나 한시지출을 정상화하고, 그동안 유사·중복되거나 관행적으로 지속한 민간보조사업을 대폭 정비키로 했다. 공무원 정원 및 보수도 엄격히 통제할 예정이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교육교부금도 전면 개편한다. 초중고 학령인구는 가파르게 감소하는 추세인데, 국세 수입의 비율을 경직적으로 지출하는 지방교육교부금은 계속 늘어왔다. 교육세에서 3조∼4조 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신설해 대학 교육·연구역량 강화와 반도체 등 미래 인재 양성, 직업 재교육 등 평생교육 지원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재정을 투입하는 노인 등의 공공일자리도 줄이고, 고용보조금 지원으로 일자리를 떠받치는 방식에서 벗어난다. 대신 신산업 육성으로 민간의 일자리 창출력을 키우기로 했다.
재정건전성 제고는 어느 때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지난 5년 나랏빚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늘었다. 2017년 660조2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작년 967조2000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1100조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GDP 대비 채무비율도 2017년 36.0%에서 지난해 47.0%로 치솟았다. 올해에는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해 49.6%로 예상된다. 재정건전성이 반영되는 국가신인도에도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용등급 하락은 외국인자금 이탈, 국채금리 급등으로 이어진다.
이미 선진국들도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긴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출구전략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복지 등 재정지출이 늘어날 요인만 가득하다. 재정은 국가운영의 근간이자 최후의 보루이다. 재정 긴축과 지출구조조정의 고삐를 확실히 죄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고 미래 세대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