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상황에 식품, 유통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에 식품업계는 최후의 수단으로 '가격 인상' 카드를 검토하는 반면 유통업계는 유통단계를 줄인 PB(자체 상표) 상품을 늘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식품업계는 고민이 깊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팜유, 밀가루 등 라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라면서 "지금은 하락세여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다 보니 바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 역시 "원부자재를 확보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이 빚는 상황은 아니지만 원부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부담이 되는 건 맞다"라면서 "가격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반반이다. 대내외적인 환경 요인을 예의주시하면서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치솟는 원부자재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올 하반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시장의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라면, 진라면 등 주요 라면 업체는 소비자단체나 정부 등과의 협의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많고 지난해 이미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오를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라면서 "특히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원부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힘들어 보인다"라고 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가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직소싱, 수입 상품군을 발 빠르게 들여와 대규모 할인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는 데다 NB(내셔널 브랜드)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PB 제품군으로 수요가 쏠리며 관련 매출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PB상품군을 2019년 2455종에서 올해 상반기 4067종으로 2배 이상 늘렸다. 특히 이 가운데 저렴한 가격에 품질까지 모두 잡은 프리미엄 PB ‘홈플러스 시그니처’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늘었다. 최근 한 달간 PB식품 매출신장률 역시 전년대비 13%를 기록했다.
피코크,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PB 브랜드를 보유 중인 이마트도 6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늘었다. 초밥, 김밥, 샌드위치, 샐러드부터 양장피, 고추잡채 등 일품요리, 새우튀김, 닭강정, 떡꼬치 등 다양한 간편 먹거리 위주인 델리 상품군 역시 올 상반기 기준 전년보다 7% 가까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