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관, 변호사단체, 학계가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토론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거나 형평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은 8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노동법학회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과 재판 실무상 쟁점’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아직 실무상 선례가 축적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연구를 정리하고 각계의 견해를 수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형사재판 실무상 쟁점에 대해 발표한 정현희 판사는 중대산업재해 및 중대시민재해의 정의, ‘종사자’,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 및 도급관계의 범위에 관한 기존 논의를 정리해 소개했다.
특히 도급인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관한 제5조에 대해서는 “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지 않는 사업장에서도 ‘해당 시설, 장비, 장소 등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권오성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교수는 “사업을 대표할 법률상 권한이 있으면서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로 ‘경영책임자’를 한정해야 하고, 이른바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제5조의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의 개념도 도급인에게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경우로 제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김희수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의 개념이나 치료기간의 해석상 난점은 실무와 판례 축적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산업재해와 사망 등 결과 발생 간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법 적용상 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자체에 대한 제재규정이 전무한 것은 법체계상 논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진영 제주지검 검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소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죄수관계와 양형기준 등 실무적 문제도 짚었다.
김성주 변호사는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CSO를 안전보건업무책임자로 인정하고, 이 경우 대표이사의 면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과 민사재판 실무상 쟁점에 대한 발표에서는 이창현 교수가 “중과실에 의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최대 5배의 배상책임을 규정한 것은 이례적이고 3배를 상한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박재영 서울고법 판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민사절차와 형사절차를 준별하는 우리 법제에 부합하지 않고 실효성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김정환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법에서 각기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도입하는 현행 입법 방식이 일관성이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위반행위가 적발될 확률을 고려해 손해배상 배수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지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여부에 따른 피해자간의 형평 문제와 분쟁의 첨예화로 인한 소송 장기화 등 문제가 있고, 법인에 대한 벌금형은 손해배상 감액 사유로 고려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