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수사 같은데…” 문재인 겨냥한 ‘국정원 수사’ 검찰도 우려

입력 2022-07-10 17:00수정 2022-07-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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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준 실장 부임 후 국정원 1급 부서장 전원 대기발령, 고강도 감찰
국정원 “적폐청산 과제로 삼았던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 볼멘소리도
검찰 관계자 “수사 안 해도 박지원·서훈 기소할 것”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공공1ㆍ3부에 배당된 박지원ㆍ서훈 전 국정원장 사건을 두고 검찰과 국가정보원 내부에서도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첩보보고서 무단 삭제 등 국정원 고발부터 지난 정부 ‘적폐청산’을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1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 내부에서는 내부 감찰 중심에 있는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다소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조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지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다.

조 실장이 지난달 부임한 뒤 국정원은 1급 부서장 27명 전원을 대기 발령하고 전 정권 업무에 대해 고강도 감찰을 벌여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조 실장이 검사 시절부터 일도 잘하고 내부 평판도 좋았지만 수사할 때는 터프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정원 내부에서는 ‘적폐청산’을 과제로 삼았던 지난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 역시 “5년 전 문재인 정부 검찰도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면서 “하지만 세상은 5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국민이 전 정부에 대한 무리한 수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특수정보(SI)를 국정원이 삭제할 수 없는 데도 마치 국정원이 삭제한 것처럼 시나리오를 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 ‘월북’의 근거로 작용한 SI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국정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으로 삭제했다며 박지원 전 원장을 고발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국정원이 SI 자체를 삭제할 수 없다는데 이상한 말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국정원에 올라온 자료를 삭제할 수는 있어도 합참에 저장된 정보를 삭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박지원 전 원장은 “국정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하면 원장이 삭제 지시를 한다고 해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 남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주 의원도 “MIMS(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 기밀정보 무단 삭제를 세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정보 원본은 삭제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삭제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더디게 흘러가더라도 기소로 수렴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니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수사 안 해도 무조건 두 사람(박지원, 서훈)을 기소할 것”이라며 “전 정부 수사하려고 마음 맞는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에 다 꽂아 넣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기조실장은 내부조사와 관련하여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무리하게 진술을 받아낸다는 말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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