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긴축과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선방한 2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3% 넘게 반등하며 지난 4월 29일(4.01%)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관련 종목 및 ETF를 비롯한 반도체 업황 전반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이 쏠린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 전망의 보수적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00원(0.86%) 상승한 5만8700원에 이틀 연속 상승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5만8600원으로 개장해 장중 한때 5만9300원까지 뛰며 6만 원 선을 밑돌았다. 삼성전자의 강세는 얼어붙은 외인들의 투심도 일시적으로 회복했다. 외인들은 이틀간(7~8일) 삼성전자를 2410억5400만 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은 반도체 관련 주가 및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훈풍으로 작용했다. 실적 발표 후 7~8일 이틀간 국내 증시에서 대표 반도체 주인 SK하이닉스(2.91%), 삼성전자우(3.83%), 한미반도체(4.02%) 등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반도체 ETF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가 8일 보인 상승률(2.83%)은 올해 두 번째로 높았다.
6월 하락장 속에서 반도체 관련 주가들은 유독 낙폭이 컸다. 국내 반도체 ETF 7개의 최근 한 달(6월 8일~7월 8일) 평균 수익률은 –18.74%를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의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22.50%),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반도체’ ETF(-22.62%), 삼성자산운용 ‘KODEX 반도체’(-22.38%)는 모두 20%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ETF는 1개도 없었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높은 비중으로 담은 상품일수록 하락폭은 벌어졌다.
이에 삼성전자 실적을 발판 삼아 반도체 업황이 추세적 반등에 접어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증권가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와 금리 인상 압박이 내년까지 지속되면서 반도체 주가 역시 하방 압력을 완전히 덜어내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IT 세트 판매 부진과 데이터센터 업체의 하반기 보수적인 투자 집행으로 하반기 DRAM 가격의 하락폭이 확대할 것”이라며 “3분기를 기점으로 당분간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 하락세는 불가피하다”라고 예상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을 밑돌고 있다. 이에 내구재 소비와 IT 인프라 투자도 예상 대비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며 “앞서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은 메모리 수요가 크게 감소해, 이번 분기 출하 감소를 암시했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