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에 집중하던 바이든
유가 불안에 지지율 떨어지자 중동길
증산 협의 위해 사우디 관계 개선 급선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동을 방문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13~16일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한 원유 증산을 요청하고 인권 침해를 이유로 냉랭했던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도 적극적으로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2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유럽을 4회, 아시아를 1회 각각 방문했다.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간의 관계 복원과 인권 중시 외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만큼 중동은 뒤로 밀렸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초 외유 지역으로 중동을 선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바이든 행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열악한 경제 상황에 대중들은 점차 바이든 대통령을 등지기 시작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 64%가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출마해선 안 된다고 답했고, 특히 18~29세의 94%, 30~44세의 67%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민주당 후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에게 반대한 사람들은 가장 큰 이유로 고령(33%)을 꼽았고 32%는 업무 수행능력이라고 답했다.
한편 조사에서 응답자의 20%는 고용과 경제를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봤고 15%는 인플레이션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휴가를 마친 뒤 하반기 첫 해외 일정으로 중동길을 선택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대표하는 산유국인 사우디가 바이든 행정부의 증산 요청에 얼마큼 응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OPEC은 내달까지 하루 증산 수준을 64만8000배럴로 유지하는 데 합의한 상태다. 미국과 주요국이 치솟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증산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리비아 사태에 따른 공급 문제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미국은 계속 추가 증산을 압박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린 추가 조처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OPEC 국가들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원유 증산 요구와 함께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과 이란 핵 위협 해결, 이스라엘과의 협력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 이후 사우디와 급격하게 나빠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원유 증산과도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나탄 삭스 연구원은 “사우디가 극적으로 인권 상황을 개선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바이든 정부가 인권을 고집할수록 양국 경제협력은 어려워진다”며 “사우디와의 협력 수준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계 개선을 얼마나 대외적으로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