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물러설 곳 없는 연준,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입력 2022-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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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연구위원

2021년 3월 상원을 통과한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경기부양책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과열 우려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은 인플레이션 위험은 “작다”거나 “관리 가능”이라고 대응하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1년 여러 차례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율이 6% 이상으로 상승했을 때도 연준은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국내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연준 의장과 그의 팀은 6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7월에는 0.75%포인트 인상을 앞두고 있다.

현재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원인이 다양하다. 첫 번째 원인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규모가 전례 없이 많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팬데믹 이전까지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과 높은 임금 상승률을 꼽을 수 있다. 대외적인 원인으로 글로벌 공급 충격은 계속되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과 연료 부족을 초래하였고, 이들의 가격은 급등했다. 연준의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잘못 판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팬데믹으로 식어버린 고용시장의 느린 회복세였다. 2021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인플레이션율은 계속해서 치솟았지만, 관료들은 노동시장에서 충분한 회복세를 보지 못했다. 2021년 여름까지 팬데믹으로 사라진 일자리 700만 개는 여전히 복원되지 않았고, 당시 인플레이션율은 연준의 연간 목표치인 2%의 두 배를 넘어서고 있었다.

9월이 되자 연준은 노동시장 상황이 곧 충족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백악관은 공급망 문제를 다루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원유 비축분 방출 등을 통해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율은 하락하지 않았고, 백악관과 연준의 관리들은 물가 상승에 대한 통제력을 잃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준비하고 있던 자산 매입 프로그램 종료와 금리 인상 계획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차질을 빚었다. 그 후로 올해 6월 인플레이션율은 8.8%(미국 노동통계청 예상치)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시장은 연준의 대응조치에 호의적으로 반응하지 않았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올해 6월 202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3만 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에 가장 민감한 채권 수익률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관리들은 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목표치보다 약간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기꺼이 용인할 마음이 있었다. 왜냐하면 2008~09년 금융위기 회복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당시 가파른 경기 침체 이후 미국 경제는 매우 느린 속도로 회복했다. 경제를 다시 궤도에 올리기 위해 정책 당국은 많은 일을 했지만, 경제는 2016년이 되어서야 회복하기 시작했다. 2009년 거의 11%에 달했던 실업률은 4년 후에도 여전히 7% 수준이었다. 임금은 천천히 상승했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몇 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2022년의 정책 당국자들은 2009년과 같은 느린 회복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곳곳에서 과열과 위기의 징후가 보였음에도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욕구는 과감하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때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실업률은 6.3%로 높은 수준이었다. 노동시장을 완전고용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은 당국이 빠르게 인플레이션을 점검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축소시켰다. 그리고 회복이 느린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긴축에 대한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었다. 이제 연준은 금리 인상과 채권 보유 축소로 긴축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래 기다린 연준은 연간 8%대 속도로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율 때문에 시장과 대중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이전의 침체와 달랐기 때문에 노동시장 문제와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을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팬데믹 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변명은 궁색하다.

연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 시점을 놓친 연준의 실수는 미국 시장과 대중의 신뢰를 흔들었다. 이제 연준은 통화정책을 넘어 연준의 가장 필수적인 도구인 신뢰성 회복을 고민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장과 대중의 신뢰를 되찾는 과정은 앞으로 연준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신뢰 회복은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더 강력한 정책 대응이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위해 정책 금리를 충분히 인상하면, 반대로 경제는 더 깊은 침체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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