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보면 단기 인플레이션은 4%까지 올라갔지만 5ㆍ10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로 안정돼있다"라며 "한국은행의 임무인 2% 인플레이션으로 기대수준을 잡고, 중장기적으로 (해당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p 인상을 결정했다. 6%대를 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빨라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속도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어진 이창용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달 물가 설명회에서 물가 정점을 3분기로 전망. 6% 넘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하기도. 물가 정점을 언제로 보고 있는지
"지금 기본적으로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를 정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약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입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유가가 110~120달러까지 올랐다가, 어제 특히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생기면서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는데요.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 가격을 보면 아직도 선물 가격은 내려오고요. 연말 정도면 90달러 선으로 가고 내년은 80달러 중반으로 갈 것으로 선물시장에서 예측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유가 선물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면 저희는 한 3분기 후반이나 4분기 초에 정점을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유가만 보고 있는데 가스 가격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에너지가 전체 수입의 18% 정도 되는데요. 그중 11%가 유류, 5%가 천연가스입니다. 천연가스 가격은 더 올랐고 식료품 가격은 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가 정점 이후 급속히 낮아질 가능성보다는 완만하게 낮아져 높은 물가가 유지될 가능성이 당분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물가 흐름이고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는 상황에서 통방문에서도 물가 중심 운용한다는 말이 빠졌는데
"물가 중심 운용한다는 말이 빠진 것, 전혀 의도가 아니고요.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빨라서, 가속화되고 있어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훨씬 더 강화됐다고 해석하고 있고요.
지금 앞으로 물가 경기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양쪽을 다 보겠지만. 현재 물가상승률 6%를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근원 인플레이션이 4%대까지 가는 상황은 경기와 관련 없이 너무 높은 수준입니다.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는 걸 막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상황, 하반기로 갈수록 하방 위험 커진 건 사실입니다.
여러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요. 저희가 5월에 예측하기로 올해 2.7% 우리나라 성장하고 내년 2.4%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고요. 아직 베이스라인, 우리나라 경기는 올해 2% 중반정도 유지되고 내년 2% 초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 유지할 거라고 보고 있고요. 다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두세 달 지켜보면 낙관인지 아닌지 분명해지고 거기에 대응하도록 할 것입니다."
물가 정점 시기, 아직 시장에서는 3분기 정점 찍을지 아니면 연말에 찍을지 의견 분분. 3분기 물가 정점에 도달하더라도 유럽 같은 문제로 연말 에너지 전쟁이 펼쳐지면 재차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가정도 나오는데. 3분기 또는 연말에 어느 쪽에 물가나 어느 점에 중점을 두고 통화운용을 할 것인지. 또 경기 침체 얘기 나오면서 내년 금리 인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기본적인 경제정책의 예상,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가 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워낙 불확실성이 커서요.
유가는 이렇게 되고 있지만, 가스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고요. 가스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되고,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수출이 어떻게 될지에 달려 있습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정점이 빠르게 내려갈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겠습니다."
"또 경기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향후 수개월 모니터링하면서 반응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경기침체가 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금 판단하기는 성급하고요. 수개월간 경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물가상승률이 어떻게 되는지, 예상대로 되는지 봐서 종합적으로 결정할 사항입니다."
5월 민간소비전망치 3.7%로 전망. 다소 긍정적으로 보이는데 코로나 하반기 내수침체 가능성은
"그게 저한테도 큰 걱정입니다. 코로나가 재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는데요. 다행인 건 중증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 같지 않아서요. 방역정책에 따라 소비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소비 전망치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져서 또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경기둔화 우려 커지는 중. 하반기 경기둔화 각오하고서라도 높은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 바라는 것으로 인식하시는지
"물가상승률이 꺾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은…
그보다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50bp는 물가 상승세가 더 올라가면 더 큰 피해가 있기 때문에요. 명확한 시그널을 줘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그런 메커니즘을 통해서 물가 상승률이 더 안 올라갔으면 하는 것에서 정책을 하는 거고요.
경기도 나빠지고 물가도 올라가면 어떻게 할거냐… 굉장히 어려운 고민이 올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와서 두 달 좀 넘었는데요. 농담삼아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고 얘기하듯이 물가가 올라가고 경기도 나빠지면 어느 쪽을 더 중점을 둬서 할지 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금통위 현재 입장은 6% 넘는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면 경기보다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경기에도 좋고 거시경제 운영에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도 이렇게 인식하고 있어 정책 공조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물가상승, 외부 요인의 영향이 더 커서 금리만으로는 잡을 수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을 순 없다는 표현, 더 정확히 얘기하면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으려고 하면 그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볼커 디플레이션이라고 들으셨지만요. 그때 뭐 10~20% 금리 올라가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코스트(cost)가 너무 크기 때문에 금리만으로 잡으려면 너무 코스트가 크다는 말씀드리고요.
거시상황에서 금리를 통해 물가를 잡는 것이이 중요하다는 시그널을 주면, 개별 경제주체가 각자 노력으로 가격이나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정책을 동원하고 여러 경제주체의 협조를 동원해 하는 게 코스트를 미니마이즈, 최소화하는 방향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미 연준이 2%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가는 중.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는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잡고 있는데 그걸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으냐는 질문으로 들리는데요.
지금처럼 물가가 올라간 상황에서는 조정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로 상당히 안정돼있고요.
기대인플레이션을 보면 단기 인플레이션은 4%까지 올라갔지만 5ㆍ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로 앵커 돼 있습니다. 안정돼있습니다.
물가 상승을 잡는 데는, 한국은행의 임무인 2% 인플레이션으로 기대수준을 잡고 중장기적으로 (해당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