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은 지난해 12월 우주로 발사돼 허블 우주망원경의 대를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입니다. 1990년 발사돼 노후화한 허블 우주망원경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새로운 눈’, ‘우주의 창’ 등으로도 불립니다.
이 망원경은 나사의 주도 하에 캐나다우주국(CSA)과 유럽우주국(ESA)이 협업해 제작했습니다. 1996년 개발을 시작해 완성까지 약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들여 만들었습니다.
천문학적인 투자비용과 노력 덕분일까요.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 훨씬 뛰어난 ‘우주 전문 사진사’입니다. 허블의 약 100배 성능을 가졌다는 평을 받을 정도입니다.
크기부터 허블을 압도합니다. 망원경의 반사경은 관측대상의 빛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데요. 제임스 웹은 지름만 6.5m에 달하는 반사경을 갖고 있습니다. 지름 2.4m의 반사경을 가진 허블보다 훨씬 크죠. 이는 다시 말하면 제임스 웹이 허블보다 많은 빛을 모아 관측대상을 더 잘 포착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제임스 웹은 주로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허블과 달리 적외선 우주망원경이란 점도 특징입니다. 높은 적외선 해상도와 감도를 지닌 덕에 가시광선으로 볼 수 없었던 우주먼지나 가스구름 뒤쪽의 모습까지 포착할 수 있습니다.
애초 지구 궤도를 도는 허블과 달리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무려 150만km나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역에 자리한 것도 사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L2는 태양이 지구 뒤에 가려져 태양열의 방해를 받지 않아 우주 관측에 최적점입니다. 지구와 달 거리의 4배 이상 먼 곳에서 오로지 촬영에 집중할 수 있는 겁니다.
이에 제임스 웹은 아주 먼 우주인 ‘심우주(deep space)’를 그 어떤 우주망원경보다 더 생생히 지구로 전달해줄 예정이었습니다. 이번에 제임스 웹이 보내온 첫 성과물이 이전의 우주 사진과 다른 이유기도 합니다.
결국 망원경 발사 6개월 후인 11~12일(현지시각), 나사는 이틀에 걸쳐 제임스 웹이 찍은 우주 사진을 전 세계에 공개했습니다. 이는 풀 컬러 우주 사진으로, 지금까지 인류가 포착한 우주 가운데 가장 멀고, 가장 깊숙한 곳이 고해상도로 포착된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공개된 사진은 지구에서 46억 광년(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 위치한 ‘SMACS 0723’ 은하단입니다. 이는 1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사전 공개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공개했습니다.
통상 사진 촬영은 은하단에서 나온 빛을 망원경이 포착하는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SMACS 0723’ 은하단이 워낙 멀리 있다 보니 해당 사진은 최대 130억 년 전 발생한 빛이 이제야 망원경에 도달해 완성됐습니다. ‘SMACS 0723’이 약 46억 년 전에 형성됐으니 우리는 사진을 통해 태곳적 은하단, 즉 ‘최초의 별들’을 보고 있는 셈이죠.
‘SMACS 0723’ 은하단은 수천 개의 은하로 이뤄져 있습니다. 사진 속에 반짝이는 빛 하나하나가 모두 은하입니다. 이 은하는 또 수천 억 개의 별로 구성됩니다.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실감이 되죠.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장은 이 사진이 “모래알 한 개를 손으로 집어 팔을 쭉 뻗었을 때, 이 모래알이 하늘에서 차지하는 공간 정도의 우주를 관측했을 뿐”이라며 “우주가 얼마나 크고 먼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사는 ‘SMACS 0723’에 이어 12일 ‘남쪽 고리 성운’(Southern Ring Nebula), 용골자리 대성운(Carina Nebula), 외계 행성 ‘WASP-96b’,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또 성운 가장자리에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주황색 절벽 모양의 ‘우주절벽’을 관측할 수 있단 점도 특징입니다. 밤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 중 하나로 꼽혀온 것을 방증하듯 공개된 사진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모습을 자랑했습니다.
한편 나사가 공개한 제임스 웹의 우주 사진에 과학계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20년간 제임스 웹이 인류에게 우주 가이드 역할을 하며 천문학의 역사를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12일(현지시각) 12일 뉴욕타임스(NYT)는 칼럼에서 제임스 웹을 통해 우주 탐사의 의미를 조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단지 은하계의 푸른색 암석 행성에 매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바로 우주 그 자체”라면서 말이죠.
어쩌면 이번 사진은 제임스웹이 지구인에게 보내는 맛보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의 우주 탐험 역사는 이제부터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