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한번에 0.50%포인트(p) 올렸다. 이 같은 ‘빅스텝’ 인상은 사상 처음이다. 4월과 5월에 이어 이번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높인 것도 전례가 없다. 치솟는 물가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인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6월 6.0% 상승률을 기록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당분간 소비자물가가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올해 연간 상승률도 5월의 전망치(4.5%)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물가 상태가 굳어지고, 경제 악순환의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Fed의 금리인상 속도는 더 빠르다. 지난달 한번에 0.75%p 올린 ‘자이언트스텝’에 이어, 이달 26∼27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다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고했다. 지금 한국 기준금리는 2.25%, 미국은 1.50∼1.75%이지만, 곧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외국인 자본 유출과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이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치솟았다.
앞으로 예정된 8·10·11월 금통위에서도 연속적인 추가 금리인상이 확실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연말 금리수준을 2.75~3.00%로 보는 시장예측에 대해서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성장 후퇴와 막대한 가계·기업부채의 부실화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가 1%p 오르면 성장률이 0.2%p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5월에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도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1분기말 가계대출은 1752조7000억 원에 이르고 77%가 변동금리다. 이번에 0.50%p 오른 금리만 적용해도 가계가 추가로 물어야 할 이자가 6조7500억 원 규모다.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청년층 등 취약계층의 신용위기가 가중된다.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과 자금조달 비용도 급격히 상승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빅스텝으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약 3조9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전체 외부감사기업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비중이 16%에 이른다. 이들이 급속히 부실화하면서 금융불안을 키울 우려가 높다. 취약계층과 한계기업 부실을 최소화하고 부채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금융지원 등 비상한 정책수단이 강구돼야 한다.